2026년 3월 14일 / 토요일 / 날씨: 찹찹한 기운
때로는 가뿐하게
때로는 힘을 쥐어짜 내며 달린다
달리다 보면
때로는 누군가를 제치고
때로는 누군가에게 제쳐진다.
역전하든
역전당하든
일단 계속 뛴다.
그러기로 마음먹었으니까
그것이 유일한 긍지로라도 남을 수 있도록
호흡이 거칠어지고
보폭이 정신 없어지면
마음도 왔다 갔다 하기 시작한다.
타협과 포기와 오기와 고집이
제각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다.
주위를 둘러보며
누군가에게 역전당해도
엄청나게 쓰라리진 않다.
잠깐의 관대함,
피어오르는 불안함.
기어이 무리를 해서
누군가를 역전해도
엄청나게 뿌듯하진 않다.
순간의 짧은 안도감,
몰려오는 피로감.
사실
눈앞의 사람이
언제 어디서 출발했는지도
어떻게 달려왔는지도
모른다면 아무 의미도 없다.
안다고 해도 별 의미 없다.
먼저 태어난 사람의
나이를 넘어설 수는 없는 것처럼.
어쨌든, 일단 저 사람에게만큼은 지지 않아야지 하고.
독하게 마음을 먹어보아도
결국 아무런 의미도 없고
끝도 없는.
영원히 모두를
다 추월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은 자꾸만 다리를 재촉한다.
그런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져도
멈출 수가 없다는 게 한심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마음이 나에게 남아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여전히 뒤처지면 분하고
아직 모든 것에 초연하지는 못하고
어떻게든 기를 쓰고 이겨보고 싶어 하는
그런 내가 남아있다는 걸 확인했으니까.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갈 힘이 남아 있구나 싶었다.
여유로운 마음이든 악착같은 마음이든
달리면서 그때그때 깨달으면 그만이다.
지금은 지금 생각하는 바를 단호하게 말하고,
내일은 내일 생각하는 바를 단호히 말하라.
그것이 만약 오늘 말한 모든 것과 모순을 이룬다면
분명 오해받을 것이다.
하지만 오해받는 것이 뭐가 대수란 말인가?
위대한 존재는 오해를 받는 법이다.
-랄프 왈도 에머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