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23일 / 월요일 / 날씨: 봄을 눈으로 봄
몇백 년 뒤에 우연이 겹치고 겹쳐
외국 어딘가에서 나와 관련된 뭔가가 전시된다면
과연 무엇이 어디까지 전해질 수 있을까?
어쩌면 누군가의 사진 한 귀퉁이에 우연히 찍혀 그 모습이 피렌체의 미술관에 걸려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채로 그저 그 사진 한구석에 존재할 뿐이다. 그러다 누군가가 그 모습을 발견하고 영감을 얻어 소설을 쓸 수도 있다. 그 소설은 펜으로 휘갈겨 쓴 메모의 몇 문장으로 남을 수도, 수많은 습작 파일 중 하나로 남을 수도, 공모전 응모작으로 남을 수도, 독립출판되어 전 세계에 40부 정도만 남을 수도, 어느 작가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남긴 작품인 등단작으로 남을 수도, 베스트셀러가 되어 9주간 순위에 올라간 작품으로 남을 수도, 13개 국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작품으로 남을 수도, 작가 사후에 빛을 본 작품으로 남을 수도, 또 한 세기 이후에 고전으로 남는 작품으로 남을 수도, 화재로 불타버린 전설로 남을 수도 있다. 결국 그렇게 수많은 우연과 가능성을 지나쳐오면서 다시 나는 투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