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29일 / 일요일 / 날씨: 어느새 꽃이 피어 있었다
TV가 없다.
하지만 바보상자는 있다.
핸드폰, 노트북 안의
유튜브, 포털 사이트, 어쩌면 인터넷 전부
여전히 바보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몸과 정신이 매여 허우적대고 있다.
무의식 중에 스크롤을 내리고 있으면
무력감이 느껴진다.
무척이나 괴로워진다.
중독에 취약하게 태어난 성향 탓이든
중독에 취약하게 설계된 기술 탓이든
멍하게 화면을 바라보는 현실은 요지부동이다.
화면에 수놓아진
수많은 이야기들을 사랑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걸 보면 볼수록
몰입하면 몰입할수록
어딘가 모르게 허탈해진다
한참 즐기던 VR 기기를 벗은 뒤
한동안 감각이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랄까.
진짜가 아니라서 마음껏 좋아하게 되었는데
진짜가 아니라서 허탈해지는 마음은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럼에도 이야기를 멈추고 싶지는 않다.
그건 내가 사랑하는 것이니까.
그러니까 괴로움도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많은 다른 종류들의 중독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사람들에게 이 특별한 즐거움(Special Treat)은 삶에 필요한 진짜 영양분을 대신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원래의 진정한 갈망은 충족되지 않고 억압된 채, 무엇을 향한 것인지조차 알 수 없는 막연한 불안감으로 고착된다.
-데이비드 포스터 윌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