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1일 / 수요일 / 날씨: 목련, 벚꽃, 개나리.
꿈쩍 않던 겨울이
드디어 발걸음을 옮기고
화창한 봄이
능청스럽게 오고
꽃은 폈건만
빈자리가 허전할까
조바심에 허둥거리며
마구 주워 담았던 것들이
하나둘씩 생활을 압도해 온다.
가벼워지려고 애쓸수록
왜 점점 더 잠기는 기분이 드는 걸까
볼거리,
읽을거리,
들을 거리,
얘기 거리,
배울 거리,
여기저기
넘쳐난다.
가득 채운 건 난데
어느새 담긴 것들을
원망하고 있는 나를 발견
숨을 좀 쉬자.
밖을 좀 걷자.
꽃을 좀 보자.
꽃이 보이면 잊게 된다.
그 사이의 계절들을
언젠가 목격한 목련과
언젠가 날리던 벚꽃과
언젠가 뒤덮인 개나리가
흐릿하게 겹쳐지면서
시간은 그때로부터
조금도 흐른 것 같지 않다.
내 손에 닿고
내 눈에 보이고
내 귀에 들리던
존재들이 사라졌다는 게
하나도 실감 나지 않는다.
그해 봄은 참 좋았었지
라고 회상할만한 봄도 없으면서도
언제쯤 봄을 만끽하게 되려나
하고 한탄하면서도
꽃구경 갈 나들이 계획을
착실히 세우는 중입니다.
올해도 역시나
진부하고 뻔하게
예쁘겠지만.
매년 그렇게
즐겨왔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