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10일 / 금요일 / 날씨: 현실만큼 차가웠던 바람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에 담긴 속뜻은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순식간에 그게 나쁜 일이 되거나 좋은 일이 될 수 있으니 여기저기 알리지 말라는 것. 혼자서는 '좋다 말았네' 혹은 '오히려 좋은데' 정도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머쓱함이 재수 없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정말 '재수'가 더럽게 없어서 불쌍한 사람. 또는 재수 없게 자랑해서 꼴 보기 싫은 사람.
어떤 사람의 모습이 얄미우면 그보다 좋은 모습을 하나 더 찾자. 그렇게 노력하지 않으면 곧 모든 사람을 미워하게 돼버린다. 나까지도. 이런 말로도 도저히 좋아할 수 없는 사람이 있을 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 사람을 이야기 속 악역으로 만들어보는 것이다. 그 사람의 짜증 나는 특성들을 다 가진 캐릭터를 하나 만들어 보라. 그럼 은근히 임팩트가 약하다. 수많은 이야기 속 나쁜 인간들보다는 나름 괜찮은 인간이라는 것을 위안을 삼아보자. 만약, 그 캐릭터가 여전히 강력하고 전후무후하다면 그 사람을 내세운 이야기를 하나 써서 공모전에 제출하면 된다. 요즘은 선한 주인공보다 빌런이 먹히는 시대다.
그 사람이 건넨 작은 제안에 섭섭해하기보다는 나를 위해 조금이라도 애써주었다는 것에 감사한다.
확실히 심란해야 글이 잘 써진다. 배부르고 등따시면 별 생각 없어진다. 기껏해야 '그냥 이대로 좋구나.', '영원히 이랬으면' 정도. 가진 사람이 결핍에 대해 쓰기 위해서는 상상해야 하지만, 없는 사람은 있는 그대로를 쓰면 된다. 그러니 글을 쓰려면 고생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고생해야 글이 저절로 써진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오늘은 글을 참 많이 쓰겠다 싶은 하루였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지나쳐온, 놓쳐온 설움들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나에겐 당연해서 글로 써지지 않는 것들로 이루어진 또 다른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완전히 뒤바뀐 풍경이 궁금해 기대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두려워서 영원히 알고 싶지 않기도 하다. 하지만 용감해져야 한다. 나는 비겁하게 안주하는 사람이 되지 않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기꺼이 그렇게 살기로 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방심하면 금세 잔인할 정도로 이기적이게 된다. 다른 사람의 불행과 내 행운을 바꿔치기해야 하는 상황에 경각심을 느껴야 한다. 애를 쓰고 기를 쓰면서 다른 사람의 행복을 바라는 말을 되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은 원래 그래', '어쩔 수 없어', '다들 이렇게 사는 거야'라는 말들로 날을 세우며, 결국 자신도 언젠가 그 희생양이 돼버린다. 나는 착한 사람이 결국엔 행복해진다는 걸 믿는다. 그래서 착해지려고 '노력'한다. 작은 손익에 집착하지 않고, 상대방을 진심으로 축복하고, 속아도 언제나 처음처럼 다시 믿는 바보 같은 삶은 의외로 단순하고 행복하다. 인생에서 돈 몇 푼, 초라한 안정, 보잘것없는 명예보다 얻기 힘든 행복이다.
합리화라는 건, 어쩌면 오늘을 힘내서 살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혐오나 불안이나 걱정에 잡아먹혀 아무것도 하지 못할 테니까.
어느 만화에서 읽었던 '무리하지 않는 대답'이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그렇게 무리하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에서 무리하지 않기란 쉽지 않구나라는 걸 느낀다. 사회는 무리한 각오, 말, 행동, 감정을 요구한다.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무리해야 한다.
아등바등 : 무엇을 이루려고 애를 쓰거나 우겨 대는 모양 / 어른이 되면 아는 것이 많아진다는 건 '아등바등'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는 걸까? 아 싫다. 어른이 되기 싫다. 그런 것 따위 모르고도 행복하게 잘만 살아왔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