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24일 / 금요일 / 날씨: 제일 두꺼운 패딩을 꺼냈다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
글이 잘 써질지
맛있는 걸 먹을지
이상형을 만나게 될지
엄청난 실수를 저지를지
근데 막상 그 일을 겪으면
그렇게 될 일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이미 모든 게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면
기쁜 일도, 슬픈 일도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가끔 어떤 순간이 분명히 이미 경험했다고 느껴진다.
이 문장을 분명히 쓴 적이 있는 것 같다.
심지어 같은 단어를 두고 고민했다.
이 사람과 만난 적이 있는 것 같다.
심지어 같은 대화를 나눴다.
데자 뷔. deja-vu. 이미 봤다.
어쩌면 정말 이미 봤을지도 모른다.
시간은 선이 아니라 원으로 흘러가는 게 아닐까.
이미 다 겪어 본 시간을 그저 순환하는 중인 것이다.
결국 내가 없었던 세상에서 다시 내가 없는 세상으로 돌아간다.
역사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언젠가 인류도 하나의 순환 속에서 무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마치 공룡이 나름 진화하다 멸망해 버린 것처럼.
인간이 돌이킬 수 없는 위험한 진보를 이어나가는 것도
결국 탄생과 맞닿는 소멸을 향해 돌아가기 위해서 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는 내일에 대해 이미 다 알고 있다.
다만 기억이 나지 않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