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22일 / 수요일 / 날씨: 따듯해 보이는 햇볕의 함정
마음속으로 끙끙대던 걱정거리가
어제 도서관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없어졌다.
이제는 오히려 그걸 다시 걱정하는 게 어렵다.
아무리 무시하고 다르게 생각해보려고 해도 불어나는 눈덩이가,
죽을 때까지 집요하게 따라다닐 것 같았던 돌덩이가
한 순간에 사라지면서 몸이 가벼워졌다.
과거의 내가 바보같이 느껴질 정도로.
과연 무엇이 그토록 전전긍긍하던 괴로움을 없애준 걸까?
오랜만의 외식,
한낮의 도서관,
끈질긴 글쓰기,
시원한 밤공기,
그 순간을 맞이하기 전까지는
이 중 아무것에도 기쁨을 느끼지 못했는데.
예전에는 남들보다 감정적으로 예민한 것이 싫었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은 것에 혼자 괴로워하고 심각해진다.
정신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걱정하기도 했다.
지금은 그런 나 자신을 조금 인정하고,
곧 괜찮아질 거라며 스스로를 다독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을 하려고 애쓴다.
물론 살아가는 것이 몇 배는 더 힘들다고 느낀다.
하지만 그 대신 얻은 것도 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원동력.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을 붙들고
어떻게든 이해해 보려고, 해소해 보려고, 도망가보려고 노력하면서
나는 아주 많이 읽고, 생각하고, 쓴다.
주로 걱정과 관련된 책이나 철학 책을 읽는다.
책 속에서 절박하게 해결책을 찾는 사람은
스펀지처럼 내용을 흡수하고,
숨겨진 행간을 읽어내고,
생뚱맞은 문장에도 공감한다.
그렇게 한참을 읽고 나면
이해의 폭이 확 넓어지는 순간이 온다.
그때 내 경험을 다시 생각하고 글로 쓴다.
그럼 다시 마음이 편안해진다.
한 번씩 그런 과정을 겪고 나면
확실히 글이 달라지는 걸 느낀다.
더 유연하고, 수월하게 써진다.
그래서 한참 괴로운 와중에도
언젠가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자산이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붙들고 버틴다.
물론 어제는 놀라울 정도로 갑작스럽게 상쾌해졌지만.
아마 뭐든 읽고 쓴 게 알 수 없는 작용을 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