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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Div Jul 27. 2020

내가 좋아서 가는 카페 소개(5)

사이폰 커피를 처음 마시게 된다면...

 개인마다 본인의 입맛에 맞는 또는 선호하는 커피 추출 방식이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매장에서는 에스프레소 머신이나 하리오 V60 드리퍼를 사용한 추출을, 집에서는 에어로프레스를 사용한 추출 방식을 선호한다. 솔직히 말하면 필터 커피를 찾아서 마시게 된 건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스페셜티 커피 하면 연상이 되는 다양한 향미를 감당할 수준이 아니어서 일부러 피했던 건 아닌가 한다. 그래서인지 다른 추출 방식의 커피를 카페에서 접할 기회도 많지는 않았는데, 최근 들어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사이폰(siphon) 추출을 하는 카페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다. 이런 우연한 기회로 사이폰으로 추출을 한 커피를 많이 마셔보게 되었는데,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내린 결론은 사이폰 추출 방식에 어울리는 원두가 중요하겠지만 역시 사이폰은 바리스타의 손길을 많이 탄다는 것이었다.

[시각적인 즐거움도 있지만 예민한 추출 도구 siphon]

  이번에 소개하고 싶은 카페는 이미 많이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요즘 좋은 스페셜티 커피 카페들이 많이 생기고 있는 연희동 끝자락에 위치한 <default value>는 카페의 이름답게 커피의 맛의 기준이 되는 ‘기본값’을 잡아나가겠다는 의미로 이디야 커피에서 헤드 바리스타를 하시던 분이 오픈한 신상 카페이다. 지난번 커피 추출 도구에서 이야기한 부분인데 사이폰을 사용한 추출 방식 자체가 두 가지의 추출 방식이 혼합되어 있으서 그만큼 어렵다고 생각한다. 필터를 사용한다는 부분에서는 여과식 추출이지만 뜨거운 물에 원두를 그대로 담가서 커피 성분을 추출하는 부분에서는 침출식의 특징도 포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두 가지의 추출 방식이 혼합된 과정과 100도의 뜨거운 물에 긴 시간 분쇄된 원두를 침출 시키는 과정에서 향미를 컨트롤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런 과정 때문에 원두의 가볍거나 잔향이라고 느껴질 만한 향미들은 날아가고 개성이 뚜렷한 향미들이 더 도드라지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게 사이폰 커피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추출 방식이 섬세한 만큼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위에 언급한 특징과는 다른 밍밍하고 클린 하지 못한 향미의 사이폰 커피를 마신 적도 많다. 그래서 사이폰을 다루는 사이포니스트의 숙련도와 경험치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default value>의 바리스타 분은 이런 의미에서 사이폰 커피의 맛을 잘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줄 아마도 최선의 선택 중 하나일 것이다. 국내 유일의 사이포니스트 세계 톱 랭킹에 드는 실력을 가지신 분으로 항상 최상의 원두와 최선의 추출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열정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또 하나 이 카페에서 사이폰 커피 외에 꼭 맛을 보길 추천하고 싶은 커피는 ‘시그니처 라떼’이다. 일반적인 카페에서 맛볼 수 있는 라떼와는 다른 맛과 질감을 느낄 수 있는 라떼인데 뜨거운 음료로만 제공이 되니 아이스를 고집하는 분들에게는 조금 서운할 수 있는 메뉴이긴 하다. 하지만 짧은 추출 시간과 양으로 만들어 낸 에스프레소인 리스트레토와(산미와 향미가 강한) 특별한 가공 과정을 거쳐서 수분의 양을 줄인 우유를 사용한 스팀 밀크로 만든 <devault value>의 시그니처 라떼에서는 극대화된 커피의 산미와 우유의 단맛이 반응해서 솔티드 캐러멜의 독특한 뉘앙스와 경험하기 힘든 쫀득한 질감의 라떼를 맛볼 수 있다.

[<devault value>의 시그니처 라떼]

 이 카페의 또 다른 특징 중에 하나는 카페 전체를 감싸는 화이트톤의 인테리어이다. 이건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처음 이 곳의 출입구를 보면서부터 그리고 그 문을 열고 카페 안의 색을 보고 느끼는 첫인상은 강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모든 부분이 흰색으로 물들어 있는 가운데 홀로 강렬한 레드의 자태를 뽐내고 있는 로스터기는 추후를 위해서 흰색으로 도색을 하고 싶었지만 못했다는 이야기가 농담처럼 전하지기도 한다고 한다.

  모두가 생각하는 가장 맛있는 커피의 맛은 다르겠지만 나름의 설득력으로 가장 맛있는 커피의 기본값을 잡아가는 이 카페를 연희동에 갈 일이 생긴다면 꼭 한 번 들러 보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사이폰 커피를 아직 접해본 적이 없다면 그 시작으로 이곳의 사이폰 커피를 마시고 그것을 기본값으로 설정하는 건 어떨까 한다. 비가 많이 온다고 하는 이번 주도 즐거운 커피 생활을 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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