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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Div Jul 26. 2020

우유를 알면 더 맛있는 라떼 이야기..

우유마다 다른 라떼의 맛...

 카페가 지금처럼 대중화가 된 이후 정확히는 스타 벅스가 우리나라에 입점하고 2nd wave가 한국에 들어오고 난 후, 카페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메뉴를 매년 통계를 내는데 항상 상위권에 드는 메뉴 중 하나가 카페 라떼이다. 모든 카페에 아메리카노와 함께 꼭 있는 메뉴라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예상은 가지만 커피의 쓴맛과 우유의 단맛 그리고 부드러운 거품이 어우러지는 라떼만의 맛도 다른 한몫을 했을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는 부드러운 거품이 있는 카푸치노를 마시는걸 하루 일과 중 가장 행복한 일로 생각하는 것처럼 좋은 에스프레소와 고운 스팀 밀크가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밀크 베버리지의 맛은 요즘 싱글 오리진 필터 커피가 개인적으로 더 좋아졌음에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우유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우유를 사용하는 대표적인 밀크 베버리지에 대해서 살짝 살펴보려 한다. 기본적인 밀크 베버리지 하면 카푸치노, 카페 라떼가 있을 것이다. 그 이외에도 정말 다양한 베리에이션 메뉴가 있지만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이 둘의 차이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고 가자. 카푸치노와 카페 라떼의 차이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는데 요즘 트렌드로 간단하게 구분을 하는 방법은 바로 잔의 크기이다.

[카페 라떼(좌상) / 카푸치노(우상) / 플랫 화이트(하단)]

 SCA 가이드 기준으로는 에스프레소와 스팀밀크 그리고 거품이 1cm 이상이 되면 카푸치노라고 하고 있는데, 잔 안의 높이의 비율로는 각각 1:1:1이 되는 이런 상태의 카푸치노를 만들기 위해서는 카푸치노 잔이 필요하다. 8oz (1oz=약 30ml) 정도 잔이면 카푸치노, 10oz 이상의 잔이면 라떼로 구분하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다. 8oz 이상의 잔에는 에스프레소와 우유, 거품을 1:1:1 비율로 만드는 게 가능을 할 수 있지만 잔이 위로 갈수록 폭이 넓어지기 때문에 너무 많은 우유와 거품이 잔에 담겨서 카푸치노라고 말할 수 없는 음료가 되기 때문이다. 라떼에는 카푸치노와는 다르게 거품이 위에 있기만 하면 되는 정도로 꼭 1cm 이상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카페 라떼라는 메뉴가 쓴 커피를 부드럽게 즐기기 위해서 우유를 타서 생긴 거라서 에스프레소와 스팀 밀크만 있으면 라테로 인정할 수 있다. 요즘은 카페 라떼 말고 플랫화이트를 메뉴에 넣는 곳도 많아지고 있다. 플랫화이트는 호주에서 만들어낸 메뉴로(뉴질랜드라는 설도 있다) 에스프레소의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게 더블샷에 우유 거품이 거의 없게 스팀 밀크를 만들어서 섞어 마시는 음료이다. 거품이 거의 없어서 표면이 평평한(flat) 우유(white) 음료라는 의미를 가진 메뉴이다.

 여담으로 국내에 가장 잘못 알려진 메뉴인 롱 블랙(long black)에 대해서 잠깐 언급하고 싶은 게 있다. 일단 포털 사이트에 ‘아메리카노와 롱 블랙 차이’라고 검색을 하면 수많은 내용들이 다 물과 에스프레소를 섞는 순서에 따라 구분이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설명은 조금만 생각해 봐도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물이랑 에스프레소 둘 중에 무엇을 먼저 넣느냐에 따라서 다르다는 건 마치 수박주스를 만드는데 물을 먼저 넣고 다음에 수박을 블렌더에 넣고 간 메뉴와 수박을 먼저 넣고 물을 그다음에 넣고 블랜더로 간 음료가 서로 다른 음료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롱 블랙도 플랫 화이트와 같이 호주에서 만들어진 음료인데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6-8oz 정도의 긴 형태의 잔에 가득 추출을 해서 손님에게 서빙하는 것을 ‘롱 블랙’이라고 한다. 어떤 계기로 물과 에스프레소의 순서로 아메리카노와 롱 블랙을 구분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는지 여전히 의문이다.

  

 다시 우유 이야기로 돌아가서 우유의 성분을 먼저 살펴보자. 우유는 대부분이 수분(약 90% 정도)으로 이루어져 있고 단백질, 유당(젖당), 지방, 칼슘, 탄수화물, 비타민 등이 나머지 성분을 차지하고 있다. 라떼와 같은 밀크 베버리지에서 단맛이 나는 것은 유당과 탄수화물 성분 때문이다. 그리고 부드러운 느낌의 우유는 단백질과 지방 성분이 부드러운 벨벳과 같은 스팀밀크를 만드는데 주된 역할을 한다. 에스프레소 머신을 보면 커피를 추출하는 부분 옆에 스팀이 나오는 완드가 있다. 여기서 1 기압으로 강하게 나오는 스팀을 사용해 우유를 데우면서 부드러운 거품이 있는 스팀 밀크를 만든다. SCA 기준은 1mm 이상의 거품이 보이지 않는 마이크로폼으로 우유 거품이 잘 혼합된 벨벳 느낌의 반짝이는 윤기가 나는 표면을 보이는 것을 제대로 된 스팀 밀크라고 한다. 이렇게 스팀으로 우유에 열을 가하는 과정에서 단백질과 지방은 스팀으로 주입된 공기와 엉켜서 고운 우유 거품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우유의 온도가 70도가 넘어가면 단백질이 변형을 하면서 달걀 섞은 냄새를 풍기게 되어서 우유의 온도가 65도를 넘지 않게 해야 한다. 탄수화물은 분해되면서 단맛을 느낄 수 있는 단당류로 되어 밀크 베버지에서 단맛을 담당한다. 이렇게 우유의 여러 성분들이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 잘 추출된 에스프레소와 아우러져 맛있는 라떼의 맛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건 가장 기본적이 일반 우유에 대한 내용이었다. 카페에 가면 주로 일반적인 우유를 사용하고 있어서(예를 들면 매일 우유 오리지널 같은) 위에 내용만 알고 있어도 충분히 더 맛있게 라떼를 마시는데 무리가 없다. 하지만 우유도 사람의 취향에 따라서 다양한 제품이 나오기 때문에 라떼에 들어가는 우유도 다양해졌다. 유지방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저지방 우유나 무지방 우유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일반 우유보다 지방을 줄이거나 아예 지방 성분을 제거한 우유인데 스팀 밀크에서 거품을 잡아주는 지방의 양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어서 스팀밀크를 만들기도 더 어렵고 거품도 유지되는 시간이 짧아진다. 맛에서는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지만 일반 우유에서의 부드럽고 실키한 거품의 느낌보다는 가벼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다음은 우유를 마시면 배가 아픈 분들을 위해서 유당(젖당)을 제거한 우유들이 있다. 락토프리 우유라고도 부르는데 젖당인 락토오스를 제거한 우유들을 말한다. 우리나라 사람은 거의 대부분이 유당불내증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락토오스를 분해하는 요소가 없어서 배탈이 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이유로 스타 벅스의 메뉴 중에 유당 폭탄에 가까운 돌체 라테가 인기 메뉴 중 하나라는 게 조금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는 하다.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시련을 겪는 것을 좋아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암튼 시중에서 이런 락토프리 우유를 사용하는 곳도 종종 있는데 대표적인 곳이 폴 바셋 매장이다. 이곳에서 사용하는 ‘소화 잘 되는 우유’가 락토프리 제품인데 유당을 제거하고 다른 당 성분과 칼슘을 더 추가해서 이 우유로 만든 라떼는 유달리 단맛이 도드라지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마셨을 때 이 단맛이 좋아서 자주 락토프리 우유로 만든 라떼를 마셨던 적이 있다. 약간은 그동안 마셨던 일반 우유로 만든 라떼에서 느꼈던 단맛과 비교해서 이질적인 또는 인위적인 단맛이 느껴질 수 있으니 참고해주길 바란다. 만약 라떼에서 단맛을 느끼는 것을 좋아한다면 에스프레소 원두를 주로 사용하는 미디엄 다크 로스팅의 다크 초콜릿 향미가 주된 블랜딩보다는 산미를 느낄 수 있는 블랜딩 원두를 택해서 마셔보기를 권한다. 의외로 에스프레소의 산미가 우유의 단맛을 살려주는 효과가 있어서 추천을 하고 싶다.

 이제 우유 자체를 개인의 선택으로 안 마시는 분들이 찾는 아몬드 우유 또는 두유에 대한 이야기이다. 성분 자체가 우유와는 완전히 다르지만 지방을 어느 정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스팀으로 거품을 내는 게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하지만 스팀의 뜨거운 열을 받아서 특정 맛의 성분이 도드라지게 된다. 아몬드 우유의 경우 열을 가하면 땅콩 껍질의 비릿하고 텁텁한 맛이 난다. 두유의 경우 대부분의 두유 제품이 단맛이 없기 때문에 설탕을 추가로 넣어서 이런 제품을 보통 사용하기는 한다. 하지만 추가적인 당 성분을 넣지 않은 두유로 스팀 밀크를 만들면 정말 그동안 맛보지 못했던 특이한 맛이 난다. 마치 젓갈이나 멸치에서 나는 비릿한 맛이 확 나서 이걸로 만든 라떼는 한 모금 이상 마실 수 없을 정도이다. 그래서 아몬드 우유나 두유를 사용한 라떼는  가급적이면 차갑게 마시기를 권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비 오는 날 통유리가 있는 카페에서 창 밖을 바라보면서 커피를 마시는 걸 좋아하는데 왜인지 모르게 이 순간에는 에스프레소도 아메리카노도 필터 커피도 아닌 따뜻한 카페 라떼나 플랫 화이트가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각자가 생각하는 따뜻한 라떼가 어울리는 시간에 라떼를 마시며 우유 이야기를 한 번 떠올려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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