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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Div Dec 22. 2020

코만단테 그라인더로 바꾸고 달라진 것들...

홈카페를 시작하는데 도움이 되는 이야기

 카페에 가는 일상적인 일들이 이제는 그렇지 않은 것이 되었다. 누가 이런 일상이 찾아올 거라고 예상이나 했을까. 나처럼 카페에 가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시간이다. 그래서일까 집에서 직접 커피를 만들어 마시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더 맛있게 커피가 마시고 싶어 졌다. 단순한 이유이다. 마실 거면 더 맛있게 만들어 마시고 싶은. 그러다 보니 그라인더를 바꾸게 되었다. 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커피맛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가 그라인더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라인더 가 없이 분쇄된 원두를 사용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쇄된 원두는 15분이 지나면 가지고 있는 향미의 60% 이상이 날아간다. 그러니 분쇄된 원두 말고 원두 상태로 구매를 해야 하고 이걸 분쇄하려면 집에는 꼭 그라인더가 필요하다.

 내가 처음 사서 지금까지 사용해오던 그라인더는 가장 기본적인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칼리타 핸드밀이다. 종종 카페에서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가져다 놓은 나무 상자 모양 위에 손잡이가 달린 모델이다. 가격은 4만 원 정도로 기억한다. 이 그라인더를 사게 된 건 아주 우연한 계기 때문이다. 원데이 클래스로 핸드드립을 배운 적이 있다. 그때 내가 내린 커피가 너무 맛이 있어서 집에서도 핸드드립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해서 강사분에게 어떤 그라인더를 구매하면 좋을지 문의를 했었다. 그때 추천을 받은 게 칼리타 핸드밀이다. 그라인더는 중요하지 않고 일단 사서 해보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게 그분의 조언이었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린 말이다. 그라인더는 중요하고 직접 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아무튼 일단 칼리타 핸드밀을 구매해서 계속 사용해오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까지 그라인더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커피 공부를 하면서 그라인더의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다양한 그라인더로 같은 원두를 분쇄해서 커피를 추출해 보면 그 차이가 크건 작건 그라인더마다 맛이 다르다는 걸 느끼고서 말이다. 카페에서 커피 마시는 게 힘들어지고, 물론 테이크 아웃이 되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카페에 앉아서 커피잔으로 마시는 게 커피를 온전히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기왕 이렇게 된 거 집에서도 맛있게 커피를 마셔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바꾼 것이 그라인더이다. 이전에 가지고 있었던 칼리타 핸드밀과 가격적으로 거의 8배 정도 차이가 나는 것으로 말이다.

 코만단테 그라인더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를 하자면 독일의 코만단테라는 회사에서 100% 수작업을 통해서 제작을 하는 핸드밀이다. 이 그라인더가 명품으로 평가를 받는 이유는 수작업으로 하기 때문이 아니다.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인 원두를 고르게 분쇄를 하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러기 위해서 특별한 칼날을 직접 디자인해서 제작을 하고, 고른 분쇄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제품 하나하나 숙련된 명인들의 검수를 거쳐서 진행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라인더를 제작도 오래 걸리고 구하기도 쉽지 않다. 우리나라의 공식 수입처가 있지만 그곳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에 가면 항상 코만단테 그라인더는 품절 상태이다. 기본적인 물량이 적은 탓도 있지만 커피 애호가들이라면 꼭 하나는 가지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분기에 한 번 정도 새로운 물량이 들어오고 온라인 판매가 시작되면 단 몇 분 안에 모든 물량이 마감이 되니까 말이다. 또 하나 이 그라인더의 장점은 에스프레소 추출이 가능한 가는 분쇄도부터 가장 굵은 프렌치프레스 용 분쇄도 까지 쉽게 조절이 가능하고 각각의 분쇄도도 고른 모습을 보여준다. 혹자는 매장에 있는 말코닉 사의 EK43 그라인더와 가장 비슷한 분쇄 분포도를 이 그라인더에서 구현한다고도 한다.  

 그라인더를 바꾸고 가장 처음 느낀 건 원두가 갈리는 소리가 다르다는 점이었다. 이전의 칼리타 핸드밀은 원두를 으깬다는 느낌이었다면 코만단테 그라인더는 원두를 칼날로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맴돌로 으깨서 잘게 만드는 것과 기계를 사용해서 절삭한다는 느낌의 차이랄까. 이런 차이는 갈려서 나오는 원두의 분쇄도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하나는 분쇄된 원두가 일정하지 않지만 다른 하나는 그 반대로 고른 분포를 보인다. 이는 바로 커피맛의 차이로 나타난다. 고른 분쇄도는 일정한 맛과 원두가 가지고 있는 향미를 정확하게 전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향미가 날카롭다는 느낌이다. 이전의 칼리타 핸드밀을 사용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느낌이다. 혹자는 고전적인 칼리타 핸드밀의 방식이 다양한 크기의 분쇄 원두를 만들어서 커피의 향미를 더욱 복합적으로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여기서는 맞고 틀리다의 문제라기보다는 취향이 같고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복합적이라는 건 다르게 말하면 여러 개가 섞여 있다는 의미이니까. 이런 커피의 맛을 좋아한다면 그건 취향의 문제이지 틀린 혹은 잘못 추출된 커피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쓴맛 고소한 맛이 아닌 꽃과 과일 등 점점 다양하고 독특한 향미를 가지고 있는 스페셜티 커피 원두들이 나오는데 이 향미를 제대로 클린 하게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는 맞지 않은 방법일 것이다. 물로 나의 취향도 후자에 더 가깝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코만단테로 그라인더를 바꾸고 나서 같은 원두지만 맛의 표현이 이렇게 다르다는 것에 새삼 놀라고 있다.

 여러 사람들이 나에게 홈카페를 어떻게 시작해야 되는지 물어보는데 그때마다 항상 하는 말은 그라인더를 좋은 것으로 하라는 이야기이다. 처음부터 정말 고가의 제품을 사면 좋겠지만 가능하다면 말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좋은 그라인더를 살 수 있도록 예산 배정을 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조언을 해준다. 그럼 좋은 그라인더는 무엇일까 생각이 들 것이다. 아주 간단하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인 분쇄도가 고른 것 이게 가장 포인트이다. 그리고 이런 분쇄도 조절이 쉽고 그 폭이 넓은 것 말이다. 무슨무슨 제품이 있다고 꼭 집어서 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10만 원 안팎의 그라인더를 제품들을 보고 골라보면 어떨까 한다. 물론 여유가 된다면 코만단테로 바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언제 다시 카페를 편한 마음으로 갈 수 있을 때가 돌아올지 모르는 시기이다. 가능한 한 빨리 그 시기가 돌아오면 좋겠지만 아직은 조금 시간이 걸릴 듯 보인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이 지는 요즘 홈 카페를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한다. 그럼 일단 그라인더부터 찾아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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