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13일 / 수요일 / 날씨: 비가 올 듯 오지 않는
죽으면 어디에나 존재하는 것이라는 말은
심심한 위로의 말이 아니다.
슬픔에 잠겨 있다 잠시 수면 위로 머리를 들어
끝이 없어 보이는 바다의 지평선을 바라보면
정말 모든 것이 그곳에 있다고 느껴진다.
나 자신조차 수면 위 햇빛에 흩뿌려져 있는 듯하다.
죽음이 내 발밑으로 밀려온다.
무척이나 쾌활하고도 시원스럽게.
부쩍 죽음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된다.
모든 순간, 바람 속에, 물결 속에, 공기 속에
죽음이 실려오는 것을 느낀다.
그렇다고 해서 슬퍼지진 않는다.
오히려 가볍고 개운해지는 기분이다.
상쾌하게 죽음을 들이마신다.
그래, 나는 죽음을 기다리고 있구나.
언제 죽어도 좋을 만큼 행복한 인생은
화려하고 원 없는 것이라기보단
모든 아름다움 속에서 죽음을 잊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해변의 모래가 내가 밟을 때면
잠시 밝아졌다 이내 파도에 쓸려 사라진다.
흔적은 완전히 사라지지도, 선명하게 남지도 않는다.
내가 살아가면서 남기는 모든 것들.
글, 말, 숨. 행동, 감정들이 아마 그렇게 될 것이다.
크리스티앙 보뱅의 책을 읽은 시절도
그렇게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