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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Fly Mar 09. 2020

브랑쿠시(Constantin Brancusi)와 신화

 M. 엘리아데(Eliade, Mircea),『상징, 신성, 예술』

Constantin Brancusi <무한주(Endless Column)> Bronze, 30m,  1912, Targu Jiu, Rumania

《무한주》에서 브랑쿠시가 ‘하늘의 기둥’(columna cerului)이라는 루마니아 민담 주제를 재발견했을 것으로 여거진다. 이것은 세계축(axis mundi)으로서 기독교화 되기 이전의 고대적 신앙을 나타내며, 이 이미지는 상승과 비상, 그리고 초월의 상징을 구성한다. 이 기둥은 창공을 받쳐주는 동시에 하늘과 땅의 교류가 이루어 질 수 있는 수단이며, 인간이 이것에 가까이 다가설 때 하늘의 힘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하늘을 받쳐주는 ‘버팀목’을 나타내는 ‘순수한’기둥이 아닌 마름모꼴로 겹쳐져 이루어진 형태를 선택하고, 이 형태가 나무나 브이(v)자 모양의 장대와 흡사하게 제작하여 상승이라는 고유한 상징을 형태로서 이끌어 내는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그를 사로잡은 것은 원시 고대적 우주론의 상징이 아닌 그 하늘 바깥에 펼쳐진 무한한 우주로의 비행에 대한 감각이었고 그의 작품에 ‘무한한’이라는 수식을 붙였다. 이는 그 기둥이 구조적인 끝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것이 항상 무한할 수밖에 없는 우주 공간 속으로 스스로를 내던진 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는 상승이라고 하는 중심적인 요소를 제외하고는 고대의 하늘기둥 상징이 지닌 다른 모든 요소를 내버렸다. 그는 자신의 관심이 모든 신비주의를 벗겨 낸 망아적(忘我的)상승에 있다는 점을 그의 동시대인들에게 잘 보여주었다. 

좌]  <마이아스트라(Măiastra)>  Bronze , 29.4x44cm,  1912   우]  , <우주 공간의 새>  Marble stone, 1923

 또한 브랑쿠시는 루마니아 민간전승의 신화적 새인 《마이아스트라》(Măiastra)(1912)―혹은 파세리아 마이아스트라(‘주술적 새’)―를 시작으로 1940년까지 청동, 대리석 또는 석고로 29종을 제작했다.[도판2] 그는 특정한 주제의 끊임없는 반복으로 고대적이면서도 동시에 보편적인 범례의 주제를 지향한 기나긴 ‘내면화’과정으로의 길을 밟아 갔다. 그의 첫 번째 새 작품(1912-1917)에서는 마이아스트라의 여성성을 부각시킴으로써 이중적 속성으로 나타나는 신비를 암시하고 싶어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곧이어 그의 관심은 새의 비상에 담긴 신비를 강조하는 데로 흐른다. 그는 “나는 도전적이거나 자만심에 찬 몸짓과는 전혀 무관한 모습으로 꼿꼿이 머리를 치켜세운 마이아스트라를 표현하고 싶었다. 나는(...)하늘로 치솟는 새의 비상동작을 빌려서야 비로소 이와 같은 과제를 성취할 수 있었다.” 마침내 그는 “무정형의 재료를 투명한 표면을 지닌 타원으로 변형시키는”데 성공했다. 이때 그것은 “눈부신 순수성으로 주변에 빛을 방사하면서 억제할 수 없는 상상의 충동과 더불어 비상의 본질을 구현”한다. 그것은 상승과 초월인 동시에 인간 조건과의 작별을 상징하며, 무게가 소멸되었음을 선포한다. 그것은 이제 ‘우주 공간의 새’로 나타나며, 그것은 존재론적인 변형이 다름 아닌 인간의 삶 속에서 일어났음을 선언하는 것이다.

 상승의 상징은 항상 ‘화석화’되거나 ‘마비된’ ‘한계’를 깨뜨림으로써 다른 존재 양식으로의 전격적인 전이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것을 통해 궁극적으로는‘이동’의 자유, 즉 정황을 변화시키고 여러 조건들을 파기시킬 자유를 보여준다. 어쨌든 그가 무게라는 원형, 곧 ‘물질’의 근원적 형태 —돌—을 사용함으로서 위로 치솟고자 하는 충동을 표현해 내는데 성공했다는 사실은 그의 탁월성을 말해준다. 그가 일생에 걸쳐 ‘비상의 본질’에 사로잡혀, 동일한 대상 안에서 물질과 비상 혹은 무게와 그 부정의 합일, 즉 역의 합일(coincidentia oppositorum)을 이루어 냈다고까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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