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찬, 서수연 글 그림. 사계절 출판
백 살이 되면 좋겠다.
아침에 눈을 뜨지 않아도 되는,
창밖에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오래 평화롭게 잠들 수 있다면 좋겠다.
죽기 전까지 영위한 삶이 '부드러운 오후의 빛' 같다면,
백 살이 되어 온 가족들에게 둘러싸인 죽음을 맞이한다면..
인생 잘 놀다 갑니다.
인생 잘 쉬다 갑니다. 는 말을 할 수 있다면,
이 꿈속 같은 편안함을 상상할 수 있으리라.
다소 복잡하게 표현된 그림은 한장 한장 넘기고서야
점점 그 세계로 스며드는 기분을 경험하게 해주었다.
백 살과 상반된 아이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엄마가 아침에 깨우는 것을 싫어하는
아빠가 흔들어 깨울까 봐 걱정하는 아이.
백 살이 되어 죽음에 이르는 순간 눈을 감고 어린 시절을 떠올리듯
그림 속 아이는 아늑한 숲 속과 호수에 머문다.
돌아가신 할머니를 그리워하며 나무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는다.
깊은 뿌리를 땅에 박고 곧게 뻗어가는 나무.
나무가 되고 싶다는 소망에는
쉬고 싶은 휴식과 그 안에서 호흡하며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은
두 가지 마음이 공존하는 건 아닐까.
오랫동안 누군가의 마음에 살아 숨쉬기를
바라는 마음 같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