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놀드 로벨 글, 애니타 로벨 그림. 시공 주니어
장에 나간 농부는 이 돼지들을 키우려면 일이 많을 거라는 부인의 말에도
둘이 같이하면 그리 힘들지 않을 거라며 돼지들을 사서 집으로 온다.
다음날부터 게으른 농부는 갖은 핑계를 대며 아내를 도와주지 않는다.
책의 맨 앞장에는 부부가 나란히 울타리 너머를 바라보고 있는 그림이 등장한다.
남편의 한 손에는 여러 가닥의 꽃 뭉치가, 부인의 한 손에는 바구니 안에 꽃이 가득하다.
풍요로움을 상징하듯 부부의 주변에는 화려한 꽃들이 가득하고 나무에는 열매들이 탐스럽게 달려있다.
그 옆으로는 깃털이 멋진 수탉 한 마리가 있고 이른 아침임을 보여주듯 아직 달이 떠 있다.
그리스도교에서는 수탉의 울음소리가 어둠과 악을 몰아내는 힘을 지녔다고 여겼다.
다음 장에 그려진 따듯한 태양빛처럼 부부에게 어둠은 걷히고 희망의 태양이 떠오른 듯하다.
책을 보고 있으면
농부가 얘기한 걸 모두 해내는 부인도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편은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지만 부인은 그렇게 해놓는다.
게으른 남편 덕에 돼지들을 키우는 레벨만 높아진 부인을 볼 수 있다.
어느 날,
농부는 돼지들이 봄눈처럼 싹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어.라는 말을 남긴다.
아침에 농부가 일어나서 창밖을 내다보았어.
돼지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어.
마당에 꽃처럼 활짝 피어있지도 않았고
나무에 사과처럼 주렁주렁 달려 있지도 않았고
하늘에서 비처럼 주룩주룩 내리지도 않았어.
돼지들이 봄눈처럼 싹 사리지고 만거야.
맨날 게으름만 피우며 갖은 핑계로 나 몰라라 해놓고는, 농부에게 돼지들은 소중한 존재였던 것이다.
농부는 부인의 단호한 한 마디에 침대에서 빠져나와 다시는 게으름을 피우지 않으리라 약속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돼지들이 소중하고 귀여운 부부의 자식들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마냥 해맑게 웃고 있는 돼지들은 엄마의 끈기와 지혜로움으로
아빠가 철이 들 때까지 무탈하게 자라고 있었다.
마당에 꽃처럼 피어있고, 나무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
넓은 마당을 자유롭게 뛰노는 개구진 모습의 아이들이 상상된다.
위트 있고 재밌는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