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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변의 잡설 Aug 31. 2022

최근 어떤 마케팅 사례를 보고

1. 한 분야를 깊게 알아 갈수록 모르는 것들이 더 많이 보인다. 


언젠가부터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이 '단정하기 어렵다'라는 말. 수임단계에서도 의뢰인들에게 '단정하기 어렵다'라고 설명을 한다. 


물론, 의뢰인들은 '무죄 확률 100%', '승소 확률 80%' 등과 같은 확실한 답을 듣기를 원하고, 설사 그게 사실이 아니더라도 당장 심리적 위안이 되는 답변을 원한다. 하지만 재판은 사람이 하는 일이라, 확률을 단정지어 말하기 어렵다. 아마도 대부분의 변호사들이 그럴 것이다.  



2. 그런데 마케팅 관련 글, 영상을 보니, 나랑 정반대여서 참 인상적이었다. 해당 글, 영상들에는 매우 단정적인 표현들이 많이 보였다. '100%', '절대'와 같은 표현을 쓰기도. 


좋게 말하면 '직관적', 엄밀히 말하면 '허술'해 보이는 주장이 많았다. 이를테면 '1이므로 100이다'라는 명제가 증명되기 위해서는, (자연수 기준) 총 100개의 논증을 거쳐야 한다고 가정한다면, 해당 영상들은 논증 과정을 건너뛰는 경우가 많았다. (1에서 50, 50에서 100까지 단 2단계로 건너뛰고 나머지 논증은 얼버무리는 식) 


그럼에도 해당 글과 영상은 시장의 호응을 얻는다. 심지어 '자극을 주었다' '영감을 받았다' 라는 반응을 얻기도 하고.



처음에는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일시적으로 대중에 대한 소구력을 확보할지는 모르겠지만,장기적으로는 결국 컨텐츠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요즘은 그런 실속이 없어도 몇 년 씩 유지되기도 하는 것 같다. 마치 모래 위에 쌓은 성 같아서 오래가지 못하리라고 생각했는데, 오래가더라.  심지어 허세를 부풀리면서 자본을 유치해 그 뒤에 컨텐츠(실속)를 확보하여 그 허세를 유지하는 방식. (인수합병으로 치면 흡사 LBO와 같은) 


인간의 감긱기관은 불완전하고, 설령 감각이 닿는다고 하더라도, 욕망이 그 감각을 통한 지각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어버리기도 하는데, 맹점, 감각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전략적으로 상품을 파는 게 마케팅인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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