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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변의 잡설 Dec 02. 2022

우리 축구 대표팀을 보면서,

내일이 우리나라의 본선 마지막 경기다. 객관적으로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이 매우 낮은데, 만약 탈락하게 되면 분명 누군가에게는 비난의 화살이 쏟아질까 걱정이 된다. (2002년 월드컵을 제외하고는 줄곧 그래 왔기 때문이다. 1998년에는 하석주와 차범근이, 2010년에는 이동국이, 2014년에는 홍명보가, 2018년에는 신태용이..) 



언제나 희생양을 찾아 한바탕 푸닥거리를 하고 나서야 화가 풀렸고, 한동안 한국 축구에 대해 무관심하다. 한일전이나 아시안컵 같은 메이저 대회가 새롭게 열리기 전까지는.



그런데 문득 우리 대표팀이 비난을 받는 게 과연 타당한가. 희생양을 찾는 게 과연 상식적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우리 대표팀이 만약 16강에 탈락했다고 해서 혹평과 힐난을 받아야 한다면, 그건 마치 우리나라가 충분히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그저 팀 구성원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아 탈락했다는 점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과연 그럴까. 



과연 우리나라는 축구하기에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는가. 유럽에서 선진 축구를 경험한 구자철, 기성용, 이청용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링크한 영상). 일례로 세 선수는 입을 모아 우리나라 K리그 경기장의 잔디가 열악하다고 지적한다. 잔디가 고르지 않아 선수들이 부상을 입고 불규칙 바운드 때문에 실책을 한다는 것이다. 한국 축구에 누구보다도 애정을 가지고 있고, 한국 축구가 잘 되려면 K리그가 잘되어야 한다고 보는 선수들의 이야기여서 충분히 신뢰가 간다. 우리나라의 축구 환경이 열악하다는 점에 대해 종종 보도되기는 하지만, 개선되는 속도는 매우 더딘 것 같다. 



이제는 우리 대표님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즉, 질문을 바꾸어, 우리나라는 왜 16강에 올라가지 못했나 가 아니라, 우리나라는 어떻게 이런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이런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는지 이야기해보는 것이다. 결핍과 질투, 불만족, 무대뽀 헝그리 정신 등등.. 어떻게 보면 그게 우리나라가 그동안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일 수 있다.  그것도 어느 정도 발전단계에 오르면 한계에 봉착한다. 우리 대표팀도 마찬가지 아닐까.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떻게 9회 연속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수 있었을까. 어떻게 전통의 강호들과 맞서 대등하게 싸울 수 있었을까. 어떻게 전문가들조차 비관적으로 전망했던 빌드업 축구를 실전에서 성공적으로 구현할 수 있었을까. 벤투 감독이 불리한 여론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에게는 신뢰받은 비결은 무엇일까. 계속 비난받던 벤투 감독이 월드컵 본선까지 지휘봉을 잡을 수 있도록 지켜준 이들은 누구일까.  팀을 비난하기보다는, 본선에 오른 국가들, 그리고 본선에 오르지 못한 국가들의 축구환경을 살펴보고, 우리가 어떻게 9회 연속 본선에 오를 수 있었는지 그 비결을 분석해 보는 게 향후 한국 축구를 위해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어차피 이렇게 질문을 바꾼다고 해서, 책임감 강한 우리 선수들이 나태와 자만에 빠질 것 같지도 않다) 



요즘은 유튜브에서 언제든지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접할 수가 있다. 그런데 그 유튜브 전문가들이 다들 하는 말이, 벤투가 실속 없는 빌드업만 고집한다, 붙박이 주전만 돌린다고 비관적인 전망을 해서, 나도 이번 월드컵은 그냥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웬걸 막상 경기를 보니 우루과이를 시종일관 압도하고, 선수들의 투지뿐 아니라 전술도 뒷받침된 모습이 보여서 너무 놀랐다. 그리고 반성했다. 역시 대표팀은 괜히 대표팀이 아니구나, 그리고 나 같은 일반인이 모르는 구름 위의 세계가 있구나 싶어서..  카타르 현장에서 고생하는 감독과 그 외 스태프들, 선수들에게 미안해져서 끄적여봄.


https://www.youtube.com/watch?v=7egTqr_DOuQ&fbclid=IwAR05zYXcrHnBF6S49J6RxPUNVbYZWkxuNYchNGszZ2yS1o8-Z2SjYK91Vi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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