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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변의 잡설 Dec 02. 2022

'질문'과 '전제' 찾기의 중요성

책 '리프레이밍'을 읽고


1. ‘질문의 중요성


어떤 마케팅 독서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동안 접하지 못한 책들을 소개받아 읽을 수 있다는 점도 좋지만, 가장 기쁜 것은 '질문'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는 점이다.     

 

발제를 해주시는 분의 내공과 역량을 엿볼 수 있는 발제문을 보면서, 그동안 나는 발제의 본질을 망각한 채 발제문을 써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의 발제문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질문’이다. 그분이 업계에서 쌓아왔을 여러 경험에 터 잡은 각종 질문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질문을 통해 텍스트를 되짚어보고 답을 고민하면서 보다 심도 있는 토론이 이뤄질 수 있었다.      


내가 그동안 써온 발제문에도 질문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주로 텍스트 요약에 비중이 실려있을 뿐이고, 질문은 그저 구색 잡기 용일 뿐이었다. (돌아보면, 일단 텍스트 요약 자체가 힘들기 때문에, 요약을 마치고 나면 깊이 있는 질문을 마련할 여력이 없었던 것 같다.)      


토론을 이끄는 것은 결국 질문이고, 토론에 참여한 구성원들을 성장시키는 촉매제 또한 역시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 리프레이밍 - ‘전제와 질문을 찾는 것에 관한 이야기


그 모임을 통해 읽은 책 중 하나가 바로 ‘리프레이밍’이라는 책이다. 그 책에서 유독 내 눈에 들어왔던 문장은 바로 아래와 같다.      


58면) 현실의 문제는 일률적인 질문을 적용하기에는 너무 다양하다. 특정 질문이 매우 중요했던 것으로 밝혀진 상황에서도 그 질문이 무엇이었는지를 과도하게 강조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내 경험으로 볼 때 중요한 것은 질문 그 자체가 아니라 누군가를 그 질문으로 이끈 근본적인 생각이다.        


이 책의 각론(구체적인 방법들) 부분도 좋았지만, 읽는 순간 바로 눈에 들어왔던 부분이 있었다. 일종의 총론 부분에 해당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결국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전제’와 ‘질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숨은 전제를 찾아야 하고,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리하면, 새로운 프레임을 설정하는 것도, 기존의 프레임을 해체하는 것도 결국 기본적인 전제를 찾아야 하고, 그 전제를 찾기 위한 질문이 있어야 가능한 일인 것 같다.               



3. 업무에 적용해보기


이 책의 내용을 업무에 적용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하는 소송 업무도 결국 전제와 질문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소송 업무를 하다 보면, 상대방(변호사) 이 짜놓은 프레임에 말려들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프레임을 설정하기도 어렵지만, 기존의 (잘못된) 프레임에 맞서는 것이 더 어렵다. 상대방이 무슨 주장을 하든 관계없이, 나는 내 주장만 열심히 하면 판사가 알아서 잘 살펴보고 판단해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판사는 더 매력적이고 (쉽게 눈에 들어오는) 논리 구조에 손을 들어준다. 특히 판사가 알지 못하는 특정 업계의 현실을 교묘히 왜곡해가며 논리를 전개하면, 판사는 깜박 속아 넘어가기도 한다.        


그렇다면 내 주장을 알기 쉽게 논증하면서, 동시에 상대방의 프레임을 논리적으로 반박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A-B-C-D...(중략) - 결론’ 순으로 이어지는 상대방의 주장을 논박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전제들을 일일이 검증해야 한다. 이를테면, 전제에 사용된 용어의 정의가 올바른지 살피고, 전제와 전제를 연결하는 연결고리가 허술한지 살피는 것이다. 그리하여 판사가(심지어 중학교 2학년생도) 이해하기 쉽게, 상대방의 프레임을 해체하고, 새로운 프레임을 보여줘야 한다.        


물론 말이 쉽지, 상당히 어렵고 고독한 작업이다. 프레임의 전제를 낱낱이 밝히기 위해서는 이를 하나씩 적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이 점에서 저자의 주장에 공감이 되었다) 나아가 위 전제들을 그림으로 시각화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시각화하는 과정에서 논증의 헐거운 부분을 발견하기도 한다.               



4. 홀로 앉아 새로운 내용을 공부할 때에도 질문을 해보았다


어떻게 하면 내용을 보다 효율적으로 이해하고, 기억할 것인가. 오랜 수험생활 동안 늘 고민했던 주제였다. 요즘은 유튜브를 통해 좋은 콘텐츠를 많이 접할 수 있다지만, 내가 공부할 땐 그런 콘텐츠는 일종의 비기와도 같아서 너무나 얻기 힘들었고 늘 갈구했었다.     


결국, 어릴 땐 ① 무작정 책을 수 회독 하거나, ② 무작정 외우면서, 장기기억으로 남아있기를 기도하는 일종의 주술적인 기도학습법에 매몰되기도 했는데, 그래도 이제는 그나마 요행을 바라지 않고 보다 체계적인 학습을 추구하게 되었다.     


최근 새롭게 자격증을 하나 준비하게 되었는데, 낯선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하면 이걸 최대한 효율적으로 체화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위에서 깨달은 내용을 공부에 적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내용을 읽으면서 모르는 내용이 많은데,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하나씩 질문 형태로 적어두고, 이걸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식으로 텍스트를 읽어가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그 후 복습할 때 위 질문들만 보면서 하나씩 떠올려가다 보면 장기기억으로 남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리프레이밍’의 저자는 이 책에서 ‘외부의 시각으로부터 좋은 질문을 구할 것’을 강조한다. 이 점은 비단 업무에서의 문제해결에서뿐 아니라, 텍스트를 읽을 때도 유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질문을 남기는 것, 타인과 함께 텍스트를 읽으며 질문을 공유하고 새로운 질문을 얻는 그것이 더 효과적이며, 장기기억으로 남기는 데에도 좋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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