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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변의 잡설 Sep 09. 2021

경찰의 고소장 반려, 대책은 무엇일까.


경찰의 수사역량 부족



고소장 반려에 대해서 한번 말해볼까 합니다. 제가 주로 진행하는 경제범죄의 경우를 예로 들어봅니다. 이곳 블로그에 여러 차례 반복하여 적기는 했습니다만, 많은 변호사들이 경찰의 경제범죄 수사능력을 신뢰하지 않고 검경수사권조정에도 회의적입니다. 경찰은 경제범죄 수사에 취약하고 고소인들의 정리되지 않은 주장과 증거를 정리하는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사건을 배당받은 수사관들이 사건을 장기간 뭉개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경찰이 매우 무능한 조직이라 그런 것일까요.



그렇게 단선적으로 현상을 바라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어떠한 상황에 처했고 이는 어떠한 요인 때문인지를 복합적으로 따져봐야 합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것 외에 여기저기 캐물어 알게 된 점들을 토대로 끄적여보고자 합니다, 다만 제가 보고 듣고 겪은 부분은 어디까지나 극히 일부분일 수도 있을테니 부족하더라도 양해해주시길 바랍니다.



경제팀에서는 사기, 횡령, 배임 등의 사건을 다룹니다. 위 사건들의 쟁점은 민사법리와 연관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경제팀 수사관으로 배치된 이들은 형법 뿐 아니라 민사법리에도 밝아야 합니다. 법리에 해박하지 못하면 사건을 처리할 수가 없습니다. 수사는 커녕 사건의 쟁점을 파악하는 것에도 어려움을 겪습니다.



따라서 경제팀 수사관에는 법리에 밝은 뛰어난 인재들이 배치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수사권 조정 이전의 수사부서는 경찰 내에서 인기있는 부서가 아니었습니다. 검찰의 지휘 하에 놓여있기 때문에 자율과 재량의 여지가 크지 않았고 점점 검찰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역량있는 인재들은 수사부서를 피했습니다. 결국 경찰의 경제범죄 수사역량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습니다. 수사권이 조정된 지금은 어떨까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건의 수사를 경찰이 담당하게 되었고, 특히 경제범죄의 경우 수사관 1인이 배당받아 처리해야 하는 사건이 늘어났습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 검사실의 구성원 수 명이 처리했거나, 심지어 특수부가 처리했을 법한 사건들을 수사관 1인과 담당 팀장이 맡아 처리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했습니다. 경찰의 일선 수사관들 입장에서는, 수사능력도 부족한 상황에 업무량 까지 가중된 셈입니다.



경찰의 고소장 반려, 사건처리지연, 내사종결 건 수 증가, 경제팀 내 베테랑인력 유출, 고소인에 대한 수사진행상황 안내부족, 강제수사 회피 등의 문제들은 위와 같은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자연스레 터져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어떻게 보완해야 할까


우선 인력보강이 필요해보입니다. 경찰이 변호사들을 경감으로 특채하여 일선 경찰서 경제팀의 부팀장으로 배치한지 수년이 경과했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해보이지 않습니다. 민사, 형사법리에 밝은 전문인력을 대폭 확충해야 하고, 기존 인력들을 대상으로 실효성있는 교육을 할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전문인력 확충 외에, 수사관들의 업무를 지원해주는 보조인력들도 대폭 늘려야 합니다. 수사관들이 수사에 집중할 수 있게끔 증거정리, 편철, 수사기록복사 등과 같은 단순업무들의 처리부담을 덜어줘야 합니다.



특경 범죄와 같은 대형 사건들은 수사관 1인에게 배당할 것이 아니라 전담 팀에 배당해야 하고, 강제수사, 범죄피해재산 보전을 위한 업무 등도 별도의 전담 인력을 배치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일선 수사관들에게 보다 나은 대우를 해줘야 합니다.


군인, 경찰관과 소방관과 같은 국가의 안전을 책임지는 이들은 다른 어느 누구보다도 사회성원들로부터 존중과 신뢰를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늘 실전에 임하는 조직이므로 보다 좋은 환경에서 좋은 대우를 받으며 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들이 처한 지위와 상황이 곧 국가의 운명과 직결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경찰이 국민들로부터 야유와 냉소의 대상이 되도록 방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경찰의 수사역량 부족은 결국 일반 국민들에게 가장 큰 피해로 돌아옵니다.



경찰 수뇌부는 경찰의 수사범위를 어떻게 넓힐 것인지, 수사인력확충과 같은 추상적인 이야기만 하지말고, 일선 수사관들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고 그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했으면 합니다. 변호사들도 아는 사실을, 설마 경찰 수뇌부가 모르지는 않을 거라고 믿습니다.



언론에서도 그저 '경찰이 잘못하고 있다', '경찰 수사능력이 떨어진다'는 현상만 보도할 것이 아니라, 일선 수사관들이 원하는 것들을 좀 더 세밀하게 취재해서 보완책을 제시해주었으면 합니다. 일선 수사관들이 상부에 아무리 건의해봐야 조직이 쉽게 바뀌지 않겠지만,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한다면 경찰 수뇌부 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가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민생사안들은 경찰에서 수사하므로, 경찰의 수사역량 저하야 말로 대표적인 민생사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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