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직성 척추염과 B형 간염이 동시에 있다는 게 신기한 일입니다
어제 서울대병원 류머티즘 내과를 방문해서 강직성 척추염 진료를 받았습니다. 처음 발병했을 때는 통증이 상당히 심해서 걷기도 힘들 정도였지만 진단을 받고 약을 먹고 하면서부터는 통증은 거의 완화가 됐고 관절의 부종이나 기타 가벼운 질병들만 좀 발생하고 그랬었죠. 서울대 병원에 방문할 때마다 혈액 검사 결과도 좋았기 때문에, 약만 잘 복용하면 큰 문제없이 지내겠다, 생각을 했었는데요.
작년에 모친이 사망하고서 저 나름대로 그 힘듦을 극복하고자 좀 무리를 했던 탓인지, 원래 제가 하던 사건들보다 기하급수적으로 사건과 민원도 늘었고 또 가족 문제도 직시를 해야 했고, 생각보다 스트레스가 컸던 탓에, 등 통증과 가슴 앞 통증으로 호흡까지 곤란한 상황이 오면서 여러 차례 서울대병원 예약 일을 앞당겨 달라 요청을 했으나, 결국 어제로 일주일 정도 앞당겨서 진료를 봤습니다. 다행히 혈액 검사에서는 특별한 문제가 없던 터라, 담당 의사는 모친 사망으로 압박이 증가해 근육 긴장이 높아졌을 수 있다면서, 진통제와 근이완제만을 처방해 줬습니다.
도저히 못 참고 동네 병원에 가서 스테로이드 처방까지 받고서야 그나마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는 통증이 완화됐었지만, 스테로이드는 장기간 복용이 어렵기 때문에, 어제 담당 의사에게 해당 약에 대해 물어봤고, 일단 근이완제와 진통제로 2주 정도 후에 다시 보자고 진료를 맞췄고요.
강직성 척추염은 유발 유전자가 발견된 상황이라 해당 질환을 가진 환자들의 95% 이상은 특정 유전자가 있는 상황이고, 저는 해당 유전자가 없는 상황에서 천장골이라는 일종의 엉덩이 뼈에 MRI로 염증이 발견되면서 사실상 1년 가까이 온갖 병원을 다니다가 서울대병원에서 강직성 척추염을 진단해 줬습니다만, 해당 유전자가 없다 보니 질병의 진행 속도도 느린 편이고 무엇보다 혈액 검사 수치가 정상이라서, 그간 좀 무심하게 지냈더니, 한두 달 전부터는 진짜 아파 가지고 도저히 못 참겠더니, 오늘 계속 처방약을 먹었으나 전혀 차도가 없습니다.
특히 제가 재작년에 파주 경찰서에 조서를 작성하러 가다가 말 그대로 아스팔트에 넘어졌는데 그 이후로 팔꿈치에 통증이 생기면서 힘을 주지 못하게 됐고, 동네 병원에서 아무리 치료를 받아도 호전되지 않고 있는데, 지금 생각하니 어제 서울대병원 진료를 받을 때 이걸 말을 안 했더군요.
유전자가 특정 질병 진단에 확정적인 경우 오히려 동일한 증세가 있어도 유전자가 없다는 이유로 진단이 거부되는 일이 있는 듯한데, 저 또한 강직성 척추염 진단에 있어 이런 문제를 겪었고, 그럼에도 결국 천장골에 염증이 있는 질환은 강직성 척추염이 가장 대표적이므로 이렇게 진단을 받아서 약을 먹고 있습니다.
강직성 척추염은 현재 완치 약은 없고 1단계 비스테로이드 진통 소염제에서 2단계 설파살라진 계열의 일종의 면역억제제를 치료 약으로 복용하게 되며, 저는 1단계와 2단계 약물을 동시에 복용하다가 증세가 많이 호전되고 또 발목 부종이라는 부작용이 생기면서 2단계만 복용을 했었고, 이 약물로도 증세가 완화되지 않으면 제3단계인 TNF 차단제를 주사로 맞게 되는데, 문제는 3단계 약물의 경우 면역을 억제하면서 일반적인 감염에도 취약해진다는 것으로, 대표적으로 잠복 결핵이나 B형 간염이 있습니다.
너무 신기한 게 저한테 강직성 척추염이라는 게 생긴 것도 그렇고, 강직성 척추염이 심해지면 맞게 되는 주사약이 B형 간염을 활성화하는데 제가 B형 간염이라는 것도 너무 신기해서, 계속 자료를 찾아보고 있습니다만, 강직성 척추염 진행을 완화하기 위한 약물을 복용하면 결국 B형 간염이 활발해진다고 하니, 이건 뭐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그런 상황인 것도 같고, 그렇다면 저는 간염이 활발해지는 게 더 무서운 것도 같으나,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진통제와 근이완제로 빨리 나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네요.
강직성 척추염은 일반 관절 질환과 달리 기상하고 강직이 가장 심하고 오후가 되고 돌아다니면 나아지기 때문에 <운동하면 좋아지는 병>이라, 누가 보면 잘 돌아다니는데 어디다 아프다는 거지? 이렇게 생각하기가 쉬운데, 강직성 척추염이 활발해지면 일단 피로도가 급증하기 때문에 돌아다닐 힘도 별로 없어지면서, 돌아다니면 통증이야 완화될지 몰라도 집에 오면 피로도는 급상승합니다.
피로하면 자연스럽게 모든 활력 징후가 떨어지죠. 심지어 엊그제는 자다가 등 통증으로 잠에서 깰 정도였고, 이게 일반 근육통과는 다르다고 담당 의사가 말하는데, 여하튼, 진통제로 일단 2주 버텨 봐야죠.
운동하러 나갈까 하면, 너무 피로해서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내일은 필라테스라도 하러 나가볼까 합니다. 너무 피로하고, 등도 아프고, 가슴뼈는 조여서 숨도 답답하고.... 피곤하네요. 강직성 척추염을 비롯한 면역억제 치료는 해당 질환은 완화하지만 감염 등에 취약하게 만들므로, 이렇게 치료하는 게 맞을까, 생각은 해보는데.... 뭐, 제가 뭘 얼마나 알겠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