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암세포는 기능은 안 하고 오로지 먹고 성장하는 세포죠

정상 기능을 하는 다른 세포를 대신하므로 궁극에 장기가 멈춥니다

by 이이진


암에 대해서 다들 꽤 복잡하게 생각하는 거 같은데, 암은 그러니까 아무 쓸모없는 세포의 연속적인 복제 혹은 분열이라고 보면 됩니다. 일단 눈에 보이지도 않는 정자와 난자가 수정하면 미친 듯이 분열하며 (인간 세포 중에서 다른 사람의 세포와 결합하여 분열하는 유일한 세포는 난자와 정자뿐이죠) 자궁벽에 착상한 이후부터는 그 세포의 크기가 급속도로 커지고, 어떤 형태라고도 할 수 없는 세포 덩어리가 만들어지며, 차츰 척추와 안구와 뇌 등 형태를 갖추게 되는데,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하나의 독립된 인간의 형태로 만들어진 이후부터는 계속 세포는 분열하며 크기만 커집니다.


즉 처음에는 안구 같기도 하고, 뇌 같기도 한, 어떤 덩어리였다가, 이게 진짜 안구가 되고, 뇌가 된 뒤부터는, 말 그대로 엄청난 속도로 분열하며 거의 사이즈만 커지는 겁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혈관이나 기타 여러 장기들이 정교해지긴 합니다만, 형태가 어느 정도 완성되면 크기가 커지는 활동이 주를 이루는 거죠. 그리고 통상 9개월이라는 임신 기간을 채우고 나면, 신기할 정도로 더 이상 자궁 안에서 커지기를 중단하고 인체 밖으로 나오는 겁니다.


따라서 임신 9개월을 채우지 못해 7달 만에 태어나도 이미 인간으로서의 장기가 완성됐기 때문에, 자궁 밖에서 독립적으로 성장할 수 있으며, 크기가 커지는 작업이 반드시 자궁 안에서 이뤄질 필요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9개월을 채워 비교적 커진 상태로 출산하는 것은 모체에게 다소간의 위험을 줌에도 불구, 9개월을 채우는 게 어떤 면에서 저는 신기하긴 합니다.


7달 만에 태어나도 건강하게 사는 아이도 있지만, 아무래도 9개월을 채우는 게 안전한 건 사실이니까, 나름 이유가 있긴 하겠죠. 요즘엔 의학이 발달해서 5개월 6개월도 안 된 채 장기만 완성됐어도, 인큐베이터에서 키우기는 하더라만.


여하튼, 이렇게 완성된 장기로 태어난 인간은 계속 분열하면서 주로 크기가 커지고 기능이 정교해지는 과정을 겪는데, 2차 성징이라는 성적 기능이 고착되는 시기를 지난 이후에는 생식 세포를 포함하여 장기 내에서 같은 기능을 하는 세포들이 끊임없이 분열하고 사멸하고 또 분열하며 새로 만들어지는 과정으로서 생명이 유지됩니다. 간세포는 간에서 계속 분열하고 사멸하고 분열하면서 간의 장기로서의 형태를 유지하며, 간이 담당해야 할 여러 기능을 담당하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암세포는 간에서 생성이 된다 하더라도 간세포로서의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며 심지어 신생 혈관을 만들어 몸속 에너지만 먹어 치우는 세포로서, 암세포가 간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면, 결국 간은 그 기능을 멈추게 됩니다.


왜냐하면 암세포도 분열은 간에서 했으므로 일종의 간세포이긴 하나, 간세포로서의 기능을 전혀 못하고 오로지 에너지만 소모하므로 간이 기능을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죠. 대부분의 암 환자들이 갖는 공통점이, 암 종에 상관없이, 이유 없이 마른다거나 빈혈에 걸린다거나 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깊고요.


즉 암세포는 해당 장기 세포로서의 기능을 전혀 하지 않은 채 오로지 에너지를 먹고 분열하고 성장만 하는 세포이며, 따라서 장기는 장기 특유의 형태를 잃게 되고, 신기하게도 암세포가 증식할 수 있게 되면, 해당 장기의 세포들은 정상 세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오로지 암세포에게 영양분을 뺏기면서 암세포만 커지는 겁니다.


더 신기한 것은 일반적으로 간세포는 간에서만 분열하지만, 즉 해당 장기에 주로 한정된 채 분열하지만, 암세포는 처음에는 간에서 분열했다 하더라도 췌장, 담도, 기타 다른 장기에서도 분열이 가능하며 이를 전이라고 부르는데, 사실 암에 대해서 특히 이 전이에 대해서는 아직 딱히 밝혀진 게 없어, 전이가 된 암은 크기와 상관없이 3기라고 부르는 경향이 큽니다. 암세포의 크기가 다소 크더라도 다른 장기에 전이가 없으면 비교적 안전하게 보는 거죠.


아무 기능은 없이 오로지 에너지를 소모하며 성장만 하고 결국에는 정상 세포를 기능하지 못하게 만들면서 심지어 인체 내 어떤 장기에서도 분열할 수 있는 게 암세포인데, 인간 자체도 신기하긴 합니다만, 암 세포라는 것도 참으로 신기하긴 하나, 너무 암에 대해서 복잡하게 말을 하는 거 같아, 뇌피셜로 정리해 봤습니다.


암세포 입장에서도 인간이 계속 살아줘야 암세포 자체도 오래 살 텐데, 장기 기능을 못하게 파괴하면서 까지, 결국 장기 부전으로 사망에 이를 때까지, 암세포 자체만 분열한다는 게, 아무 기능은 안 하고 오로지 먹고 분열만 하는 그게 암세포이고, 원리는 이렇게 간단하나, 도무지 왜 이러는 걸까, 그 의구심은 갖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한 인간 (암에 걸리는 모든 생명체)를 유한하게 하고, 해당 인간이 그 유한함으로 인해 다른 인간과의 결합으로서 자신과 가장 가까운 복제 생명을 만들어내는 구조인 거 같긴 한데, 그렇다면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는 다른 생명과 연결되고자 하는 욕구를 더 강하게 했어야 되지 않을까요? 그러나 인간은 죽음에 대한 공포가 가장 크므로, 가끔 이 부분이 납득이 안 갈 때가 있습니다. 암세포에 뭔가 더 있긴 한가 보네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반소 큰소리치고 변론기일 전날 도망가는 패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