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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주의처럼 인생에 주의를 붙이려면 고찰을 해야죠

현실이 불만이라 근거없이 주의를 택하면 모순에 부딪힐 수밖에 없어요

by 이이진

https://youtube.com/shorts/C4j7TAqSiFI?si=UU8c5ROiEaeRZy44


예전에 트위터? 에 댓글로 단 것 같은데, 본인 인생에 어떤 <~주의>라는 나름 거창한 말을 적용할 거면, 최소한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 정도는 갖고 있으라는 겁니다. <나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비혼주의다> 이 정도는 있으라는 거죠.


대부분의 비혼주의 여성들로부터 들은 말은, <여성이 결혼으로 인해 경력 단절 등 피해를 보는 것이 불공정하고 독박 육아가 싫어서>라고 하던데, 이건 그냥 현재의 결혼 제도가 갖는 불편함일 뿐이라, 님 말씀대로 이런 불편이 해소될만한 (젊고) 능력 있고 가정적인 남자가 나타나면 바로 결혼으로 이어지므로, 이런 건 비혼주의가 아니라 <결혼으로 손해를 보기 싫은 것>으로 저는 이해했었습니다.


왜냐하면 공산주의와 자유주의 사이 갈등은 전 세계를 3차 대전으로 몰아넣을 수 있을 만큼 강렬했고, 심지어 한국을 70년 동안 분단 할 정도로 여전히 지배적이라, 본인 인생에서 이런 어떤 <~주의>를 갖고 있으려면 나름의 가치관이 있어야 된다는 거죠. < ~주의>는 조건이 변화해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이해가 바탕이 돼야 하는데, 저는 비혼주의 외치는 분들에게 딱히 그런 건 못 봤거든요.


여성 권익 신장과 맞물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받아들이자는 운동 및 젠더 이슈가 불거지면서 비혼주의라는 말도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일반 사회 운동가들 뿐만 아니라 유명인들, 연예인들, 방송, 연예, 오락, 드라마, 연극, 영화, 음악 할 것 없이 <비혼주의>, <결혼을 왜 하냐>, <여성의 몸은 여성의 것이다> 등등 난리가 났었고,


저는 그 과정에서 이런 운동을 하는 여성들이나 집단에게 <여성 권익 신장 운동은 타당하나, 지금의 이런 운동은 결국 모순이 될 거다> 다툰 적도 있으나, 여성들과 이런 여성들을 지지하는 남성들이 무더기로 달려들어 온갖 쌍욕을 하니까, 정말 질려버려서, 그만둔 지 꽤 됐고, (이걸로 페이스북까지 고소할 뻔했음요)


이제 와, 비혼주의, 여성 권익, 남성 미러링을 앞다퉈하던 심지어 연예인들도 당당하게 <아이를 낳고 싶다>, <진정한 사랑을 하고 싶다> 말하는 걸 보면, 제가 말한 것처럼 <해당 비혼주의 운동은 근거가 없고 가치 판단이 배제됐기 때문에, 결국 모순에 빠져서 스스로 앞뒤 다른 인간이 되고도 부끄러움이 없어졌다>, 이렇게도 봅니다.


님이 말하는 것처럼 <자기가 원하는 좋은 조건의 남자 혹은 여자가 없으니까 결혼을 안 하는 것뿐>이라는 게 입증되고 있는 거죠.


이 과정에서 남성들이야 결혼이 좀 늦어지는 손해 정도로 이어졌지만, 여성들은 출산 자체가 너무 늦어지다 보니, 최근 인스타를 도배하는 글들은 모두 난임 치료 과정을 공유하는 것들이더군요. <비혼주의 한 적 없고 사랑이 늦게 왔다>, 이런 분들에게는 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댓글로서 그 많은 다양한 사정을 다 언급할 순 없고 일반화의 오류는 늘 감안해야 된다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세상이 불공평하고 더러워 이런 세상에 아이를 낳을 수 없어 비혼주의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울부짖던 그 많은 여성들이 <몸이 망가져도 좋으니 제발 아이 만은 갖게 해 달라> 다시 울부짖는 이 모순. 그렇다면 이 여성들은 이제는 세상이 아이를 낳아도 될 정도로 좋아졌다는 걸까요? 흠.


여자들이 모의하여 (성적으로) 방탕한 남자들을 유인해서 묻어버리고, 약물을 투여해서 고문하고, 극대화된 여성성을 드러내면서도 유혹에 넘어가면 비아냥대던,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다며 결국 남성의 전유물인 살인, 폭력, 조직 폭력, 범죄 등등 온갖 부정한 일에까지 도전하던 여성들이 지금은 난임 치료로 붓는 몸을 안고 남편에게 울고 불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사랑을 하고 싶다>, <남편이 필요하다> 말하는 것도 보면서,


글쎄요, 저는 해당 운동들이 근거가 부족하고 다분히 현실 불만을 바탕에 뒀던 것들인 터라, 결국 자신을 사랑해 줄 사람 혹은 자신이 사랑할 사람을 찾아 어떻게든 아이를 낳고자 하는 인간 본성을 이기지 못하고 난임에 고통받을 거다, 어느 정도 예상을 했기 때문에, 이제는 그걸 봐도 그런가 보다 합니다만, 본인들은 괴로운 부분도 있겠죠. 늦어진 자체로 괜히 비혼주의 이런 걸로 오해받아 불편한 분들도 있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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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느와 사르트르가 일반적인 결혼이 아닌 계약 결혼의 형태로 동거를 할 당시에는 <결혼이라는 제도는 인간의 본성을 막는다>는 어떤 그런 억압에 저항하고 여성이 남성에게 경제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서로 동등한 계약 관계를 지향하자, 이런 나름의 심오한(?) 인간 삶의 근본에 대한 고찰이 있었지만, 지금 세태를 휘감았던 비혼주의는 <손해 보며 결혼하기 싫다>를 치장한 말이라고 솔직히 저도 속으로 생각했고, 실제 지금 보면 어느 정도 맞지 않나 생각합니다.


덧붙여서, 앞다퉈서 비혼을 외치던 여성들이 잘생기고 좋은 남자 나타나면 결혼하고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말하는 걸 가끔 볼 때가 있는데, 그 뒤를 무작정 따르던 여성들이 당황하는 것도 같은데, 여성들도 자기 스스로 가치관을 세워야지 유명인이고 인기인이고 연예인이라서 따랐다가는 본인은 유명인도 인기인도 아니기 때문에, <고독>만 남을 수 있다는 말도 드리고 싶네요.


그때 이상한 뮤비나 영화나 콘텐츠 만든 분들에게 댓글 좀 달았다가 하도 욕을 먹었어서, 지금도 이 글 쓰면서 무슨 욕을 먹을까, 공포가 밀려오나, 일단 씁니다.


저는 비혼주의를 선택한 적이 전혀 없을뿐더러, 다만 제 성장 배경이나 성격이나 행태나 가치관이나 여러 면이 결혼 제도에 맞지 않다는 걸 일찍 터득해, 애초에 이성 관계 자체를 맺지 않는 것으로 타협을 봤습니다. 대학 때도 호기심에 미팅은 몇 번 나갔지만, 제 성격이 좀 이상한(?) 걸 알고 그 이상의 단계를 나간 적이 없어요.


지금은 이런 저의 성향을 좀 이해했으나, 당시에는 남자들에게 자주 욱하고 분노하고 그랬었고, 저의 이 이유 없는 분노를 그들이 들어줄 이유는 없는 거니까, 제가 알아서 거리를 둔 거죠. 저의 이런 성향으로 인해 여성학을 부전공으로 할까 생각할 정도였는데, 지금은 많이 나아지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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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당시 여성학을 열심히 배운 지식은 남아 있어서 좋은 면도 있고요.


말이 또 길어졌는데, 이성 관계를 계속 맺으면서 비혼주의를 한다? 그건 그냥 정말 조건 좋고 마음에 드는 남자를 만날 때까지 시간을 버는 거라고 저도 생각하고요, 비혼주의라면 같은 비혼주의를 만나거나 애초에 이성 관계는 피하는 게 맞다, 저는 이 정도는 해야 그나마 ~주의를 붙일 수 있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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