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잠시 머무는 여행으로 볼 것인가, 유일하게 마주한 실체로 볼 것인가는 각자 살아가는 방식에 달려 있다 봅니다. 따라서 내가 삶을 여행으로 본다고 그렇게 보지 않는 사람을 탓할 수는 없죠. 오히려 삶을 여행으로 안 봤을 때 마주하는 삶은 그 진중성에 때로는 경탄하게 만들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지금 내 주변 사람이 하나의 완전한 세상으로도 보이면서 굳이 잠시 만나는 그 사람의 순간을 망치고 싶지 않아 지죠. 내가 잠깐 피곤하여 무례해지는 그 순간을 당하는 그 사람이 어떤 상황일지 모르는 건 서로 마찬가지니까요.
누군가는 아픈 부모를 보러 지하철을 타고, 누구는 죽은 연인의 장례식장에 가러 지하철을 타고, 누구는 새벽부터 노동을 하느라 잠을 자러 지하철을 타고, 누구는 사기로 재판받으러 지하철을 타고, 누구는 성추행으로 고소장 내러 지하철 타고, 누구는 사랑하는 친구를 만나러 지하철을 타는데, 여기서 누구를 삶의 여행객으로 보고 아무 자리에나 걸터앉는 내 무례함을 이해해 줄 당연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요?
삶을 그렇게 인식해도 순간 욕망에 넘어가 실수하고 잘못하고 죄를 짓지 않을 수는 없겠으나 저는 삶이 유일한 실체라는 인식이 오히려 그런 욕망을 잠재우는 경험을 때로 합니다.
사실 모든 인간이 반드시 죽는다고 해서 삶이 모든 사람에게 여행일 수는 없습니다. 단지 삶이 유한할 뿐이죠, 모두에게, 공평하게.
저는 삶을 여행이라 생각한 적도 있었으나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