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이가 없고 가정을 꾸리지 않은 미혼 여성이라는 점이 상당히 사회적으로 불리하다고 강하게 느낀 것은 셀 수 없이 많지만 특히 재판을 받을 때였습니다. 판사에게 이의 제기를 했다는 이유로 법원 경비들이 들이닥쳐(?) 수갑을 채운 채로 바로 법정 구속을 했을 때죠.
물론 모든 범죄자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많은 여성 범죄자들은 아이를 키운다는 이유로, 임신 중이라는 이유로,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당한 중범죄를 저질러도 바로 구속되지 않으며 심지어 재판에서도 각종 배려를 받습니다.
심지어 그 유명한 전청조도 감옥에서 임신했다고 허위로 발설하면서 각종 배려를 받았던 것이 회자될 정도입니다. 이게 재판까지 안 가본 분들은 이해를 못 하실 텐데, 국가 공권력의 직접 집행을 체감하면 그 차이를 명백히 느낍니다. 미혼과 기혼의 차이뿐만 아니라, 이혼에서도 아이를 가진 여성과 아이를 갖지 않은 여성이 지위에서 어떤 차이를 갖는지 명백히 느낄 수가 있죠. 물론 이 정도를 가지고 아이를 낳는 것이 좋다고 말씀을 드릴 수는 없겠으나, 사회는 명백히 아이를 가진 여성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아이를 가진 채로 법정까지 안 가다 보니, 공권력을 체감하고, 사회의 각종 부조리와 악을 만날 일이 없다 보니, 이런 강력한 사회적 제재를 경험하지 못하는 행운을 누리는 자체를 모르는 것이죠. 아이의 찡얼거림을 들어주는 것에 따른 고통과 이해할 수 없는 악이랄지 경험이랄지 뭔가 끔찍한 사람들도 상대해야 하는 것으로 인한 고통의 차이를 아직은 모르는 거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지 않으면 결국 여성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어떤 일이든 해야 하는데, 그건 무작위의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상대하는 것입니다. 의사가 되든 (맨날 아픈 사람들), 변호사가 되든 (맨날 억울한 사람들), 공무원이 되든 (맨날 요구하는 사람들), 기업에서 일하든 (성과를 요구하는 사람들), 자영업을 하든 (매출과 댓글에 끌려 다니는 삶), 예술을 하든 (새로운 걸 만들어내야 하는 삶), 끊임없는 무작위의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지는 거죠. 즉 내가 낳은 아이와 사랑하거나 별로 사랑하지 않거나 하는 남편과 그 밖에 가족들을 끊임없이 상대하는 것과 무슨 이유로 오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누군가를 끊임없이 상대하는 것, 둘 중 하나는 선택하는 것이 일단은 큰 틀입니다. 어떤 관계에서 살 것인가 이게 큰 맥락입니다. 자아실현까지 하면 좋긴 한데 그건 너무 고차원적이니까.
사실 결혼과 아이 양육에는 더 복잡한 메커니즘, 인간의 본성도 있긴 하지만, 이렇게 설명하면 일부분은 이해하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