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식민지배는 지난 과거이고 미국 한국 전 참전은 현재형이라는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 총리를 만남에 있어 100년이나 지난 식민 지배로 일본인들이 더 이상 무릎 꿇을 필요 없다는 취지의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그런데 지난번 미국 방문에서는 70년이나 지난 한국 전쟁 참가로 또다시 감사 인사를 미국에 전하는 것을 시전 하였네요. 일본보다 30년 전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일까요? 30년이 지나 일본처럼 100년 전의 일이 되면, 더 이상 이 문제로 한국 국가 원수들이 나서서 감사할 필요가 없게 될까요?
문재인 대통령도 미국 참전 용사 훈장 수여식에서 감사의 인사를 한 바 있고, 역대 모든 한국 대통령은 미국엘 가던 가지 않던, 미국의 한국 전쟁 참여에 대해 늘 잊지 않고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묻고 싶군요. 한국이 이에 대해 얼마나 더 감사를 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에게 한 것처럼 미국도 한국에 대해 충분하다고 할지를요.
누군가에게 사죄(?) 받을 것을 가슴에 품고 있는 것보다는 누군가에게 감사할 일을 마음에 품고 있는 게 더 나은 면도 있겠지만, 어떤 역사에 대해서는 이미 끝났다고 하고 어떤 역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그렇다고 하는 것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나친 자기 기준을 국가 전체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민주 국가의 대통령으로서 합의를 통해 결정을 이끌어내는 방식보다는 오랜 공직 생활, 그중에서도 국민 최하층이랄 수 있는 범죄자들을 잡아들이며 군림하던 독선적인 결정 방식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나치게 침잠한 탓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야당 당수라고 합의를 통한 정치를 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만,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신인에서 대통령이 된 것에 비해 지나치게 고루합니다.
솔직히, 한국이 지금과 같이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저는 뭐 그렇게 누리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나름 자유 또한 누리며 지금의 "선진 한국"이 되는 데 있어, 미국에 진 빚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를 받아들인 대가로 한국은 동족과 핵을 바탕에 두고 전쟁을 벌이고 있고, 미국이 만든 각종 제도와 서비스를 앞장서서 알리는 데도 한몫을 하고 있죠. 때문에 일부 한국인들은 우리가 자주 국가인가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로 정체성에 혼란이 일어나는 것도 사실입니다.
따라서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과 새로운 미래를 구상하였다면, 마찬가지로 미국에 대해서도 이제 과거의 그 단면만을 부상시키는 게 아니라,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갔어야 한다고 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 새로운 관계의 하나로서 핵 공유를 주창했고 받아들여졌다고 하였지만, 그건 새로운 관계가 아니라 이미 사라지고 있는 냉전 체제의 고착화일 뿐입니다.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고, 중국이 신흥 부국으로 역상하고 있고, 인도도 강국의 채비를 갖추며 세계 무대에 나서는 등, 국제 관계가 급속도록 변화하고 있는데, 이제 와서 다시 냉전 핵 체제로 돌아가겠다는 발상이 어떻게 미래 지향적 관계가 된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미국도 한국과 같이 신 냉전 체제에 고착될 것이 아니라, 변화를 받아들여야 할 시점에서, 다시 70년 전 한국전쟁으로 회귀한 대담이 영 씁쓸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