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박탈감이 크고 그게 분노로까지 이어지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느끼는 박탈감과 분노를 그대로 느끼게 하는 것만이 자신이 사회로부터 이해받는 방법의 하나라는 망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고통을 느끼는 것에 대해 아무런 죄의식이 없을 확률이 높습니다. 피해자가 느끼는 그 분노와 억울함을 매일같이 품으며 살고 있던 사람들이라 올 것이 왔다 이렇게 생각하게 되는 거죠.
자신들에게 피해를 입힌 구체적인 인물이 있는 경우, 그 가해자를 죽임으로써 자신의 분노를 해소할 수 있다면, 이런 묻지 마 살인의 경우, 자신에게 피해를 입힌 구체적인 인물을 특정하기 어렵고 따라서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에 대해 책임이 있다는 사고로 발전하기 때문에, 자신과 관계가 있건 없건 상관없이 죽이겠다는 사고로 이어집니다. 오히려 자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들을 죽임으로써 사회에 책임을 전가할 수 있게 되는 거죠.
피해자가 그로 인해 고통을 느끼는 것이 그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게 그들이 원하는 거니까요. 자신이 느끼는 고통과 분노를 사회에 돌려놓는 것, 그게 목적입니다. 따라서 당신이 나의 일상을 파괴하고 나의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아 갔다고 하더라도, 나의 본질을 훼손할 수 없다는 강한 인식을 보여줄 때, 가해자들이 당황하게 됩니다.
이런 묻지 마 가해자들이 본질적으로 태어나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한국 사회가 지나치게 경쟁을 강요하고 낙오된 사람들에게 다시는 기회를 주지 않는 경향으로 인하여, 사회에서 한번 도태된 사람은 사회에 강한 분노를 가지는 구조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이 다시는 다른 사람과 같이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을 것이라는 강한 패배감은 죽어도 상관없는 삶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고, 자신이 죽어도 되니 남을 죽이는 것에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까지도 된다고 봅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연구는 가해자를 죽여버리는 이상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가해자가 원하는 게 피해자에 대한 강한 통제인 만큼, 거기에서 반드시 벗어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사회에서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연구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국가에 요구할 것은 요구하시고 도움 받으시길 권합니다.
각종 범죄 피해자들의 쾌유와 회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