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피해자 그러니까 수신자 입장에서 생각해 볼 젠더이슈

by 이이진

통상적으로 폭력은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할 것이 권고됩니다. 특별히 성폭력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죠. 말하거나 행위하는 주체(발화자)가 아무리 호감의 표시였다고 주장한들 듣거나 당하는 주체(수취인)가 수치심을 느꼈다고 하면 그건 성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발화자 즉 주체가 갖는 정체감보다 그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주체의 정체감이 우선한 겁니다.


같은 맥락에서, 젠더 폭력은 이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스스로를 남성이라 생각하는 여성처럼 젠더 이슈를 가진 사람을 바라보는 수신자가 나는 당신이 여성으로 보인다고 아무리 주장한다고 해도 젠더 이슈를 가진 사람 즉 발화자가 스스로를 남성이라고 여기면 그것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입장으로서, 이걸 존중하지 않을 때 젠더 폭력이라고 주장하게 되는 거죠.


얼마 전 회사에서 한 상사가 자신의 직원에게 "확찐자"라고 한 것이 모욕죄가 성립된 것도, 발화한 상사의 의도(농담)보다는 그것을 수신한 직원의 수치심이 인정됐기 때문인데, 유독 젠더 폭력에 있어서는 젠더 이슈를 수신해야 하는 사람이 갖는 느낌은 차치되고 젠더 이슈를 가진 사람의 발화 자세만을 중점으로 삼고 있는 겁니다.


통상적으로 발화와 수신의 동등함을 전제로, 특별히 수신자의 감정이 고려될 것이 폭력 입증의 추세인데, 젠더 폭력은 이와는 반대로 발화자의 감정만이 고려될 것이 주창되다 보니, 여기저기에서 젠더 폭력에 대한 오해가 쉽사리 해소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행위 주체자(발화자)의 의사를 반영한 흐름에 반하기 위하여 피해자(수신자) 중심 주의로 범죄 소명 방침이 급변하였으며, 젠더 폭력이 오히려 그 반대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행위 주체자 (발화자) 중심주의를 선언하기 때문에, 젠더 이슈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젠더 폭력을 쉽게 이해하기가 어려운 겁니다..


젠더 이슈를 가진 나를 받아들여달라 사회에 요구하기에 앞서 젠더 이슈를 가진 당신을 바라보는 타자의 입장을 고려하는 것이 폭력 입증의 현 체계이다라고 말을 해주고 싶군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사람을 죽인 사람은 무조건 죽이자는 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