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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왜 아시아면서도 아시아가 아닐까

아시아라는 의식의 경계는 어디일까

by 이이진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보면, 아시아에 대한 바람이 있었죠. 작년에 한국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말레이시아, 중국, 인도, 베트남 등 다양한 아시아 세계의 바람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런 아시아 바람 속에서도, 물론 아카데미 가지고 아시아 바람 어쩌고 하기에는 멋쩍은 감은 있지만 여하튼, 일본은 왠지 애매한 입장에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일본은 아시아인데도 아시아 세계권에서는 일종의 배제가 있죠. 그렇다고 서구라고 보지도 않는데.


그게 일본의 식민 지배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아시아가 식민 지배로 고통받을 때, 일본은 반대로 지배자의 위치에 있었고, 이로 인해 현재의 아시아가 갖는 어떤 모종의 연대에서 일본은 배재된 느낌이 들죠.


일본의 성과를 아시아인의 성과다 이렇게 보게 되지 않아 집니다, 잘.


과거에는 아시아가 일본 제외하고 별 볼일도 없었고(?) 하지만, 이제는 아시아를 비롯해서 식민 지배의 역사를 가진 나라들이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선진국 질서가 유통되고 있지만 과거처럼 아시아를 포함한 다른 세계를 무시(?) 하기는 쉽지 않아 졌죠.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결국 일본은 아시아를 비롯한 새로운 물결에 대해 옹색한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게 되고, 그건 일본의 입지를 좁힐 수밖에 없게 되죠. 현재도 일본의 입지는 과거와는 확연히 다르고요. 한국을 봐도, 이제 일본과 서로 마주할 수 있는 관계가 가까스로 됐잖아요.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과거 독재 시절 맺은 비참한 양국 관계를 복원시켜 놨습니다. 여기까지 대한민국이 어떻게 왔는지를 아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그 시절의 입장을 복원시킬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저로서는 참 납득이 안 가고요. 일본과 미래를 위한 길을 가겠다고 하면서 결국 생각한 게 그 시절 약정을 되살리는 거라니,


일본이야말로 변화된 세계 질서를 인지하고 더 이상 과거의 영광에 머무르면 안 된다고 봅니다. 이렇게 계속 아시아에서 배제되는 게 어떤 정치적 불안을 가져올지 일본 정치인들이 숙고할 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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