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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는 성향이 움직이는 원리를 설명하려는 시도

by 이이진


요즘 한창 인기 많은 mbti가 마치 심리나 성격 테스트 정도로 알려지고 있는 것 같은데, 애초 시작은 인간이 인간의 성향을 효과적으로 구분하려는 시도에서 발달이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간의 사고가 어떻게 굴러가는가를 보고자 했던 일부 정신과학 계열 학자들이 토대를 만든 거죠. 물론 지금에 와서는 다소 심리검사 성격으로 흐르긴 했지만 말입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면 외향적이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면 내향적이라고 단편적으로 알게 되는 계기가 만들어지긴 했지만, 어떻든 mbti는 인간이 어떻게 외부 자극을 수용하고 처리하는지 그 방향을 나타내고자 했던 시도라는 측면은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외향형과 내향형을 구분하고자 할 때,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것이 좋다는 측면만이 아니라, 자신이 아프거나 지칠 때 어떻게 하는 게 회복이 더 빠른지를 되돌아보면 비교적 쉽게 판단할 수가 있습니다. 아프거나 지칠 때 가능한 혼자 있으려 하고 외부로부터 오는 모든 자극을 가능한 차단하는 것이 증세 완화에 도움이 되는 사람은 내향형에 가깝고, 가족한테나 주변 사람들한테 알리고, 병원도 가고, 가까운 운동 센터에서 운동이라도 하고, 안되면 산이라도 타고, 달리기라도 하거나, 이렇게 해야 증세 완화에 도움이 되는 사람은 외향형이 되는 거죠. 물론 움직이지도 못 할 정도로 아프다면 어느 경우에도 해당이 되겠지만, 평시에 피곤하다는 느낌이 들 때, 어떻게 하는 지를 보면 내향형과 외향형을 대략적으로 구분할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글을 쓸 때도 꼭 카페 같은 오픈된 장소에서 해야 된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본인이 혼자 글 쓰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내향형이라고 보기 쉬우나, 실제로는 새로운 손님, 다른 사람의 움직임, 음악, 인테리어, 커피 향기와 같은 외부적 자극들을 끊임없이 처리하지 않으면 에너지가 돌지 않아, 외부에서 그러한 창작을 하는 것으로 외향형에 가깝다고 봐야 합니다. 오히려 이렇게 외부에서 자극이 있어줘야 사고나 감정이 돌면서 창의적이 되기 때문에 공개된 장소에서의 활동을 선호합니다. 혼자서라도요. 통상 외향형들이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외향형 그 자체는 혼자이든 여럿이든 외부에서 에너지(자극)를 얻는 경향을 가진 사람이 해당합니다.


종종 외향형들 중에서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을 빨리 캐치하는 분들이 사람들과 있으면 피곤을 잘 느낀다면서 내향형이 아닌가 생각하고는 하는데, 오히려 이는 외향적 사고와 감각이 발달함에 따른 것으로, 내향형들은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사고를 빠르게 인지하지 못 하거나 외면하면서 거리를 두는 것으로서 정체성을 유지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때문에 괴롭다고 하는 사람들은 내향형이라기 보다는 외향적인 감각형으로 보는 것이 맞다는 생각입니다.


일례로 intp라고 알려진 기안84님을 보면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잘 읽어내지 못 하거나 심지어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렇게 내향형은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에 관심이 낮으며 이로 인한 피로를 크게 느끼지 않습니다. (그래서 싸가지 없다는 오해를 잘 받습니다) intj에게 로봇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와 같은 맥락으로, 이런 내향적 (사고형)들은 다른 사람의 감정, 생각을 깊이 받아들이는 것 자체에 관심이 적으며, 따라서 본인이 다른 사람의 감정과 생각, 사고로 인해 혼자 있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외향적 감각, 감정 경향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하는 거죠. 극단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전혀 반응하지 않는 자폐 아동을 생각하면 극한 내향형이 어떤 이미지인지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다른 사람의 감정과 행동때문에 상처 받고, 외로움을 느끼고, 결정이 흔들리고, 끊임없이 고뇌에 빠진다면, 그건 외향형입니다. 내향형들도 다른 사람들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긴 하는데 이 때 느끼는 감정은 대부분 분노에 가깝습니다. ^^ 에너지를 유실함에 따른 본능적 두려움인 거죠.


따라서 이런 분들 중에서 사람들과 있으면 감정적으로 소모된다면서 혼자 있는 게 낫다고 스스로를 내향형으로 오인하고 자꾸 스스로를 가두는 분들이 있는데, 스스로를 가두면 가둘수록 우울하고, 만사 귀찮아지고, 이제는 세상이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겠다는 자괴감이 든다면, 이는 민감한 외향형 감각으로 인한 피로도에서 기인하는 것일 뿐 내향형이라는 잘못된 판단을 스스로에게 내린 탓이라는 생각입니다. 내향형이 맞다면 외부 자극을 줄이고 점점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록 마음이 평안하고 일도 효율적으로 처리합니다. 극단적으로 골방에 갇혀서 글을 쓴다거나 하는 식으로 외부 자극을 완전히 차단했을 때 업무 효율이 높아지지 않고 오히려 낮아지면 외향형입니다. 골방에서라도 누군가와 카톡을 해야 하고 라이브 방송에 참여해야 한다면 그것도 마찬가지고요.


그리고 저는 이러한 맥락에서 혈액형 성격론은 믿지 않는데, 혈액형이 갖는 어떤 경향은 있는 듯 보입니다. 가령 저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혈액형이 O형이라고 단정하고 있는데 (근거를 설명하기가 어려우나 처음 보자마자 그런 경향이 보였습니다, 혹시 오바마 대통령 아는 분한테 물어봐 주시길), 또 러셀 크로우 같은 배우도 O형인 듯 하고. (이것도 설명하긴 어려움) 그 두 분 성격은 판이하게 다르죠. 오바마 대통령은 나름 평화적이었고 러셀 크로우 배우는 강한 남성적인 모습이니까요. 그럼에도 두 사람에게 같은 경향 (근본? 토대?)이 보입니다. 이러한 내용으로 방송을 했던 진화심리학자 최재천 교수님은 혈액형이 o형은 아닌 거 같습니다만, 혈액형은 어느 모습에서 본능적으로 순식간에 나타나는 걸 캐치해야 하는데, 교수님은 그게 잘 안 보여서 아직 확정은 아니고요. 이거는 제가 취미 삼아 맞춤 놀이를 하는 것이니 웃고 마시면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mbti의 경우 한국에 도입할 때 약간 다른 방향성을 적용시켜야 하지 않나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기본적으로 한국인들은 다른 사람과 어울릴 때 본성 (감정?) 을 드러내는 것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타인과 함께 있으면 상대적으로 피곤을 잘 느낀다고 봅니다. 따라서 이런 측면때문에 자칫 다들 스스로를 내향적이라고 판단하지 않을까 싶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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