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한국이 과거처럼 경제성장을 할 수 있다는 해괴한 주장

인구가 급감하는데도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허구

by 이이진

경제의 경자도 모르는 사람이라도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하자면 뭔가 계기가 있어야 된다는 생각 정도는 할 겁니다. 마른땅에 나뭇가지가 있다면 거기에 불을 부칠 어떤 부싯돌 정도라도 있어야 되는 겁니다. 경제 성장의 가장 대표적인 계기는 인구 증가입니다. 석유나 금 같은 자원이 발견돼서 경제가 성장하기도 하지만, 이거는 인간이 조절할 수가 없으니까, 인구가 급증하면 경제가 성장하는 거죠.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하면, 음식물부터 시작해서 옷, 집까지 당연히 각종 물건들이 필요해지므로, 고용이 늘고 교류가 활성화되면서 경제가 성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수출할 수 있는 인구 (노동력)도 많아지죠. 아프리카를 두고 맨날 가난과 기아만 떠올리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 아프리카는 나라 별 차이가 상당하긴 하나, 경제성장률도 상당히 높은 나라들도 많습니다. 왜냐, 인구가 증가하고 있으니까요. (현재) 경제가 성장하는 나라들은 거의 예외 없이 인구가 증가합니다.


그렇다면 한국을 봐봅시다. 한국은 현재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최저 출산국입니다. 인구가 급증하기는커녕 증가도 못 하고 있고, 서서히 줄고 있는 실정이죠. 초등학교는 이미 연일 폐교되고 있습니다. 천연자원이라도 발견됐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인구가 대량으로 고용될 수 있는 신기술이라도 발견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현재 유지되고 있는 경제 규모가 증가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거죠. 인구가 줄고 있으므로 물건을 더 많이 생산할 이유가 없고, 또 소비할 인구도 없습니다. 경제의 기본 뼈대인 생산과 소비가 성장할 실질적인 계기가 전혀 없는 실정입니다.


경제 성장을 마치 국민이 부유해지는 것으로 오인하는 분들에게 말씀드리지만 경제 성장은 경제 크기가 커지는 것일 뿐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각종 부가가치가 발생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부유해지는 효과도 있는 거죠. 그런데 한국이 어떤 요인으로 경제가 커질 수가 있을까요? 아무런 요인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거는 단지 한국만의 문제도 아닌 것이고요.


그런데 정치인들은 가능하지도 않은 경제 성장 논리로 매번 억지 집권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지금 당장 출산율이 2명대로 올라서더라도 (그럴 가능성의 거의 없지만) 그 효과가 경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기는 최소 20년이 지나야 하고, 따라서 지금과 같은 출산율이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당연히 과거처럼 경제 성장 논리로 접근해서는 경제 문제가 해결될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도 한국 경제 (규모)가 지금 수준보다 (급속도로) 성장할 계기는 현재로서는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현재 경제 규모가 유지된다는 설정 하에서 부담 가능한 정책 위주로 방향을 바꿔야 하고, 국민들도 베이비 붐 시대처럼 공장에서 물건이 쏟아지고 돈이 눈앞에서 마구 도는 시대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자각해야 합니다. 물론 한국은 경제 성장을 할 때 내수보다는 수출에 의존했던 점은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한국의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한국 경제가 이대로 유지만 될 것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도 있겠죠.


문제는 한국이 어떤 형태의 수출을 했냐는 겁니다. 한국은 명백히 노동 집약형 수출에 의존해 왔습니다. 그리고 노동 집약형 수출품들은 노동 시장이 풍부한 다른 나라들에 이미 대부분 넘어갔으며 앞으로도 이 시장이 돌아올 리는 없습니다. 인구가 급감하는 한국이 노동 집약형 수출을 할 수가 없죠. 그렇다면 남는 건 기술 집약형 산업의 육성입니다. 그런데 기술 집약형 기술은 고용을 창출하지 않아요. 지금 전 세계가 직면한 상황이 이런 겁니다. 기술 집약형 산업을 육성해야 하는데, 이 산업은 인간 노동을 근저에 두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간 노동이 배제되는 방향으로 진보하고 있죠. 대표적으로 AI만 보더라도 인간 노동력을 대체하기 위해 나온 것이라 고용을 창출할 순 없는데, 그렇다고 기술을 발전시키지 않을 수도 없죠, 데이터가 말 그대로 폭증해 인간은 더 이상 처리할 수가 없거든요.


보는 사람마다, 언론마다, 경제 타령을 하는데 실질적으로 한국 경제가 어떤 계기로 커진다는 말을 하는 분은 본 적이 없습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이 아니고서야, 지금까지의 방식으로서는 실질적으로는 없으니까요. 아, 통일 문제는 일단 보류하고 한국 사정만 말해봤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인류 공통으로 용이 등장하니 용이 실제 한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