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불편한 말을 했다는 이유로 가족을 해체해야 할까

전문직 변호사 며느리에게 불만을 토로한 후

by 이이진

통상은 여성의 직업(조건)보다 남성의 직업이 더 좋은 결혼이 많습니다. 그런데 여성의 직업이 남성만큼 좋거나 남성보다 더 좋은 결혼의 경우, 남성들도 다른 성향을 갖긴 하지만, 여성들도 다른 성향을 갖는 면이 있더군요. 여성들이 남성보다 좋은 조건을 가지고 결혼을 하는 경우에는 스스로의 직업으로 사회적 안정을 어느 정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결혼한 남성에게 존중을 받는 것에 비중을 둡니다. 자신에 대한 인격적 대우를 요구하게 되는 거죠. 사실상 결혼이라는 게 어느 정도 거래 요소가 있기 때문에 결혼한 상대방에게 서로 추구하는 바를 받으려고 합니다. 돈이나 명예, 권력을 요구하는 배우자도 버겁기는 하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요구하는 배우자 또한 버겁기는 마찬가지인 면이 있습니다. 뭘 해도 외롭다면서 지긋지긋하게 사랑을 갈구하는 배우자들을 생각해 보시면 이해가 갈 겁니다.


따라서 이번 상담자의 아들 내외의 결혼에서는, 며느리가 변호사이기 때문에, 아마도 성별 격차가 보이지 않는, 동등한 결혼을 추구하고자 하는 성격이 내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상당히 용이해진 지금에도 여성이 전문직을 가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고, 그 정도로 지위를 얻었다면 여성의 집에서의 지원도 상당했을 것이며, 아마도 여성도 그 이상 노력을 했을 것이라, 스스로 여성으로서의 한계를 갖지 않는 방향으로 살아왔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이 여성은 집안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굉장히 드물지만 독도다이로 혼자 온갖 애를 써서 거기까지 간 경우는 제외) 스스로 지위를 위해 노력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성취를 하였고, 심지어 결혼까지도 다른 여성과는 달리 남성의 외적 조건(?) 보다 정서적 교감을 중시하였기 때문에, 결혼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바는 누가 봐도 성적 동등입니다. 그리고 아마도 남성은 이런 여성의 가치가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에 (결혼생활을 오래 했다면 이 지점이 영향을 받겠지만), 여성이 시부모 앞에서 반말하며 농담하는 것이 가치 이행의 하나로 보여 별 문제의식을 갖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마도 전업주부였거나, 그로 인해 남성이 여성보다 지위(?)에 차이를 두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을 어머니가 아들 입장에서 보면 구시대적인 면이 있어 보일 수 있는 거죠. 단순히 나이도 어린 부인이 왜 남편에게 반말을 했냐, 이런 차원의 문제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근본적인 가치관의 충돌이라고 봐야 합니다. 여성이 남성에게 예를 갖춰야 한다는 어머니의 가치관과 여성이 왜 남성과 동등할 수 없냐는 며느리의 가치관 충돌인 거죠. 때문에 여성은 며느리로서 바로 남성에게 이런 결혼을 유지할 수 없다며 정색을 한 것이고 (본인이 지금까지 여성으로서 극복한 많은 가치들이 상충하기 때문에), 남성은 여성의 가치가 맞다고 봤기 때문에 어머니와 충돌이 일어난 겁니다.


다른 분들은 이 상담 내용을 보고, 어머니가 아들에게 <부인이 왜 반말을 하냐>며 말한 것을 왜 부인에게 전달을 했냐, 이 지점에 머물러 있는데 (당연히 이 또한 잘못인데, 너무나 몰상식한 행위를 한 것이라 언급할 필요를 모르겠고), 만약 아들이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가 어머니가 이런 말을 하더라는 논조로 툭 던지듯이 부인에게 말을 했는데도 부인이 그와 같이 고래고래 날뛰며 시댁에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했다면, 부인도 정상적이지 않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결혼이라는 게 서로 다른 가치관으로 살던 남녀가 만나 한 가족을 이루는 과정인데, 어떻든 과거 가치를 중시하는 어머니의 발언을 문제 삼아 다시는 시댁에 가지 않겠다 선포를 한다는 건, 애초에 가족을 이룰 마음이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거죠. 더군다나 해당 여성이 변호사라고 했는데 변호사라는 직업은 셀 수 없이 끔찍한 갈등을 조정하고 분석하는 직업입니다. 갈등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는 직업이 변호사죠. 그런데 시어머니의 가치관이 다른 것을 이렇게까지 거부한다? 고령 여성이 통상적으로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사는 지를 모른다는 건 변호사로서도 자격 미달이죠.


당연히 이렇게 흥분한 부인과 적절히 소통하지 못하고 결국 부인의 의사대로 시댁을 방문하지 않는 결정에 복종하며 심지어 이 문제를 어머니의 편협한 가치관에 의한 것으로 호도하는 아들도 문제가 있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고령의 어머니를 상대로 온갖 짜증과 분노를 토로하며 감정적으로 성숙하지 못 한 모습을 여과 없이 보이는 것에는 죄의식이 없고, 오직 부인과의 원만한 관계 형성을 위해 이 모든 원인을 어머니에게 돌리는 작태는 심각한 미성숙의 결과로도 보이는 거죠. 남성 본인이 본래적으로 솔직하긴 한데 짜증과 분노를 잘하면서 감정적인 대화를 선호한다면 이 선호 또한 부인인 해당 여성과의 관계 안으로 이제는 적절히 이행을 해야지, 여전히 어머니에게 종속되어 있는 것도 건강한 결혼을 위해서 좋을 게 없습니다. 해당 남성은 여성에게 그럴싸한 남성으로 보이기 위해 자신의 어머니에게 감정을 배출하고 있고 이게 그렇게 오래 통용될 리가 없다는 것은 본인이 알 것입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아들이 해당 여성을 결혼 신붓감으로 데려왔을 때부터 해당 여성이 전업주부나 혹은 가정에 충실한 여성과는 달리 (가치관이 다르다는 의미) 스스로의 직업적 성취감을 갖고 성적으로도 동등하길 원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겁니다. 이미 이 문제는 사회 각 분야에서 다루고 있는 터라, 해당 여성을 만났을 때 그 정도도 인지를 못 한다면 어머니 또한 문제가 있죠. 그렇게 직업적 성취 등 성적 동등을 근간에 둔 여성임을 알고도 결혼을 진행했는데, 결혼을 하고 나자 느닷없이 이전 세대의 가치관을 적용하는 것은 당연히 며느리 입장에서 결혼하기 전과 후가 달라 보인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게 합니다.


만약 결혼 전에는 며느리가 아들에게 반말을 한 적이 없다가 결혼 후에 갑자기 반말을 해서 의아한 기분에 아들에게 이 부분을 토로했다가 이 지경이 왔다면 어머니보다 며느리와 아들에게 훨씬 더 문제가 있을 것인데, 결혼 전에는 며느리가 반말을 하는 문제로 남성과 전혀 아무런 논의를 한 바 없이 결혼 후에 갑자기 이런 가치관을 적용하는 것은 명백히 아들의 결혼 생활에 참관하고자 하는 의사를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며느리가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사태가 초래될 수 있는 거죠. 일단 결혼할 때까지는 상대방이 불편해도 꾹 눌러 참다가 결혼하고서야 그 불편을 토로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은데, 이런 경우 갈등이 증폭되는 것은 봤어도 해결되는 것은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변호사 며느리를 얻을 생각에 불편을 참아온 이유가 있을 것인데, 그걸 이제와 터뜨리는 것도 이해가 안 가는 거죠.


결과적으로 아들은 여성과 원하는 결혼을 하고도 당연히 발생할 수밖에 없는 가족 간 갈등을 원만히 봉합하지 못 한 채 모든 원인을 어머니에게 던지며 어릿광을 부리면서 하나의 성숙한 성인으로 구실 하지 못하고 있고 (왜 이런 남자를 해당 여성이 결혼했나 모르겠는데), 며느리는 가족 간에 발생할 수밖에 없는 다소 사소한 갈등까지도 지나치게 자신의 가치관을 적용할 것을 남편과 시댁에게 요구하면서 (여기서는 며느리가 다소 거만해 보입니다) 인격적으로 모독에 가까운 독선을 부리고 있습니다. 시어머니가 범죄를 저지르는 수준, 재산을 탐닉하는 수준의 악인이 아니고서야, 남편이 가족이니 같이 방문하자고 하는데, 이 정도 질문을 했다는 이유로 결혼 중에 찾아뵙지 않겠는다는 것은 독선이고, 남편의 가족을 해체하는 행위를 하는 것입니다. 벌써 부인이 이렇게 나오자 남성은 어머니와 다투고 갈등이 심화되면서 가족이 해체될 위험에 처했죠. 자신의 평온과 가치관이 다른 가정이 해체돼도 상관없을 정도로 강렬하다면, 애초에 결혼을 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어머니는 결혼 전부터 문제가 됐을 요소를 묵과한 채 결혼을 밀어붙였으면서도 결혼 후에서야 이 부분을 지적하며 뒤늦게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결혼하면 여성을 잡아둘 수 있다는 과거 잔인한 방식의 재현이죠. 이제는 결혼이 장기 전이기 때문에 결혼할 때 어찌어찌 숨긴 것들이 다 드러나게 돼있고, 덧붙여서 과거와는 달리 결혼했다는 이유로 이 지점을 알게 돼도 유지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범죄가 아니고서야, 사기가 아니고서야, 결혼 전부터 맞지 않는 부분이 다소 있었음을 알고도 결혼을 진행했다면 결혼 후에 이를 언급할 필요가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본인의 가정이 오히려 해체되고 아들하고의 사이만 나빠졌죠. 뭐, 그거야 표면적인 걸 수도 있지만, 여하튼 아들이 부인과의 사이가 나빠지면 스스로를 돌아보기보다 부모를 탓한 계기를 던져준 거죠. 한동안 부모가 빠지면 결국 스스로를 돌아보긴 하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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