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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실은, 사주 공부도 했었어요

나는 도대체 뭐 하느라 시간을 보내왔는가

by 이이진

신년이 되니까 여기저기서 사주를 말하던데, 한 때 미쳐서 사주 공부를 해봤던 사람으로서, 쉽게 말하면, 사람의 생년월일 그러니까 시간에 문자로 이름을 붙였다, 이게 사주다, 보면 됩니다. 예를 들어 올해가 2023년인데 이게 사주로 보면 갑진년 그러니까 문자로 갑과 용 이렇게 표기가 되는 그런 이치죠. 그리고 갑과 용은 또 지구를 혹은 우주를 구성하는 5가지 요소의 하나로서 나뉠 수가 있는데, 갑은 나무, 용은 토양, 뭐 이렇습니다. 그러면 사주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나무와 토양이 한 팀을 이루고 있으니 서로의 합이 나쁘지 않다, 이렇게 볼 수가 있는 거죠. 토양이 좋으면 나무가 잘 자라나는 그런 간단한 이치입니다.


과거에는 이렇게 시간 (연도, 월, 일, 시)에 이름을 다 붙여 놓고, 이를 보고 합이 좋은 지, 나쁜 지를 보면서 택일하여 일을 치렀기 때문에 (예를 들어 갑신정변이 있는데, 이것도 사주에서 갑은 나무이고 신은 금속 (도끼)이라 서로를 치는 구조라 하극상이 일어날 시기라고들 보는데, 실제로 갑신정변이 일어났고, 이게 사주에 의한 것인지, 갑신정변을 하려는 사람들이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이 날짜를 잡은 건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만) 실제로 역학적으로 보면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 배경이 되곤 했습니다.


다시 말해 현대를 제외한 과거에는 년, 월, 일, 시를 문자로 보고 의미를 부여하였고, 그에 따라 실제 택일을 했으므로, 사주가 반드시 아무 상관이 없었다, 이렇게 말하기는 어려웠다 보입니다. (물론 모든 택일을 사주대로 했다고도 할 수는 없으나) 때문에 심심풀이라도 사주 공부를 하고 나면 조선 역사가 생각보다 쉽게 외워지는 굉장히 재밌는 상황이 옵니다. ^^


그런데 현대로 들어오면서 일부 사람들은 여전히 사주를 보면서 택일을 하고 기일을 잡긴 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살기 때문에 과거처럼 사주에 의한 어떤 움직임이 예측 가능하냐고 보면 저로서는 쉽지 않아 졌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올 해가 갑진년인데 좋은 토양에 나무가 잘 자라려면 당연히 물이 필요해서 어떤 큰 일을 좋게 치를 때는 날짜에 물이 들어오는가를 봐야 하고 그렇지만, 지금은 누가 이렇게 하겠나요. 또 나무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태양도 필요하니 날짜에 큰 태양이 오는 날도 좋을 수가 있지만 아무도 신경 안 쓰죠. 그걸 신경 쓰던 역사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예측하기도 쉽지만 그걸 신경 쓰지 않는 지금에는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사주 질서가 이미 무너졌으므로 기존 사주 보는 방식으로 아무리 지금을 해석하려고 해도 쉽지 않은 상황이 왔다, 저는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다만 혹시 사주에 관심을 갖는 분들이 있다면 사주를 보는 사람이 사주를 잘 보냐를 어떻게 보냐 궁금해하실 텐데, 사주를 잘 보는 사람들은 마치 심리 상담해 주는 사람처럼, 사주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방향으로 가라고 할지, 사주에서 넘치는 부분을 억누르는 방향으로 가라고 할지, 그 방향을 잘 잡아주는 사람이 잘 보는 사람이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예를 들어 사주에 나무가 많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하면, 나무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토양과 물과 태양이 필요한데 이를 채우는 방향으로 그러니까 색으로는 노란색이나 붉은색을 가지고 다녀라, 머리 색도 밝게 하고 화려하게 입고 다녀라, 위안이 되는 일을 해라는 방식으로 충고를 하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나무를 꺾을 수 있는 금(도끼, 흰색)을 채워서 나무 기질을 잠재워라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어느 방향이 맞는 지를 본인이 결국 체험으로 알아낼 수밖에 없다는 거죠. 심지어 사주는 공간도 문자로 인지를 했는데, 따라서 사주에 따라 북쪽으로 가라 (검은색, 물), 남쪽으로 가라 (푸른색, 나무) 이렇게 충고가 가능하고, 마찬가지로 이걸 맞추는 사람이 사주를 잘 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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