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배우가 가사도우미를 한다는 방송을 보고
이렇게 표현하면 조금 잔인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방송 연예에도 나름의 트렌드라는 게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최강희 배우가 활동하던 시절에는 청순하면서도 여성미가 흐르기도 하고 어딘가 나이를 먹지 않는 듯한, 다소 엉뚱하기도 한 배우들이 선호되고 있었고 이 흐름에 따라 그러한 분위기의 배우들이 역할을 맡을 기회가 다분히 있었죠. 비밀스럽거나 사생활이 알려지지 않는 등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선호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떨 때 보면 너무 솔직할 정도로 도전적이거나, 동양적인 매력을 풍기거나, 성적인 매력을 드러내는 것에 거부감이 없는 배우 혹은 사생활이나 성형 사실, 가족 문제 등을 다 보여줄 정도로 부끄러움이 없는 배우, 국민의 감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배우 (연예인)들이 선호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각종 심리 프로에 나와서 가족 간에도 나눠보지 않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 한 (가족) 비밀을 토로하는 게 인기 방송일 정도로, 치부가 없는 연예인에 대한 선호도가 급증하고 있으며 다소 신비주의를 택한 연예인들은 늘 루머에 시달리죠. 치부나 사생활을 다 드러내고 어떤 역할을 맡는다는 게 사실 쉽지 않은 일인데, 이게 트렌드가 됐죠. 그 근저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그중 하나는 완전한 가상의 세계 이상으로 지극히 현실적인 캐릭터에 대한 추구가 있다고 보고요.
왜 이렇게 배우에 대한, 연예에 대한 트렌드가 존재하는가 하는 문제를 느끼게 하자면, 어느 순간부터 유튜브를 보는 대중들도 더 짧고 빠르게 편집되는 영상들을 선호하게 되었고, 따라서 지금은 이에 맞춰 영상을 짧고 빠르게 제작하는 사람들이 살아남는 것을 보면 느낄 수가 있는 거죠.
배우나 연예인들이 공개돼서 그런 거지, 트렌드 자체에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은 사실상 없습니다. 저도 유튜브 영상이나 이런 데 댓글을 조금만 길게 달면 따라와서 짧게 달아라 재촉하는 분들이 있을 정도로, 댓글 다는 저한테도 그런 영향이 존재할 정도인 거죠. 댓글도 긴 거를 읽기를 싫어해서, <길지만 나름 읽었다> 이렇게들 말하거든요. 댓글을 달아주면 <그 사람이 그 긴 시간을 써서 댓글을 했다>가 아니라 <너의 그 긴 댓글을 내가 읽어줬다>, 이런 뉘앙스.
배우나 연예인이라는 자리가 어떻게 보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유명세도 얻고 부도 얻는 대단히 매력적인 직업으로도 보이지만, 한 편으로는 대중에게 늘 선택되어야만 하는 자리에도 있는 것이고, 그 선택되고 선택하는 입장에서의 굴곡을 견뎌내며 스스로의 내부를 다졌을 때는 또 그런 사람을 필요로 하는 때도 온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지금은 그렇게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성장하는 모습, 실패하고 힘들어하는 자체를 공개하는 걸 또 좋아하기도 하더군요. 지금 이 영상도 어찌 보면 최강희라는 배우가 다시 서는 모습을 보고자 하는 대중의 의지이자 트렌드가 반영된 것으로도 보이고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청소라는 직업이 별로 그렇게 의미 있는 게 아니라면 굳이 청소를 하는 연예인이라는 점을 부각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합니다. <내가 배우인데 청소를 한다, 가사도우미를 한다, 그릇을 닦는다>는 게 진짜 스스로에게 아무 의미가 없고, 단지 직업의 하나일 뿐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한다면 그거를 의식하면서 할 수가 있을까 그런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