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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앞두고 돌변한 남자 친구

무엇이든 물어보살 사연에서

by 이이진

연예나 결혼 준비 단계에서는 독립적이고 스스로 결정하는 여성(이라고 스스로를 표현하셨으므로)을 선호하는 듯했던 남성들이 막상 결혼을 준비하면서는 다소 어리거나 가정적이거나 집안이 좋은 여성을 선호하는 보수적인(?) 방향으로 변하는 것은 딱히 새로울 것은 없습니다.


즉 내가 만나는 남성이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해 준다고 해서 그게 영구적으로 안정적인 결혼까지 이어지지 않거나 결혼 이후에도 불안정한 경우는 생각보다 많고요. 때문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문화가 정착이 된 것도, 결혼이 갖는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유지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독립적이고 도전적인 인생을 사는 여성에 대한 선호도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긴 합니다만.


결혼을 해도 상대방이 싫다고 하면 강제할 수 없는 것처럼, 결혼하지 않은 관계에서 상대방에게 어떤 걸 요구하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대단히 힘든 일이 됐고, 따라서 결혼하지 않는 것보다 결혼하고 어떤 행위를 하는 게 그나마 권리를 보장해 주긴 하는 거죠.


한국은 미국과는 달리 여전히 결혼 중심으로 가정이 이루어지고 있고 따라서 한국도 이제는 미혼모를 비롯해서 결혼하지 않고 이루어지는 여러 가사 행위를 법률로 규정하는 단계에 있다고 봅니다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들이 튀어나오지 않을 수는 없는 거죠. 보니까 친아버지가 인지를 거부하면 소송을 할 수 있다고 하니까, 이미 변호사 상담을 받으셨겠지만, 그렇게 접근하시는 게 나을 거 같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한국은 서구와는 달리 결혼을 하면 가족 간에 소통이 여전히 필요합니다. 미국은 보니까 드라마에서 가족도 안 부르고 (아예 통지도 안 하고) 동네 교회에서 부부가 서약하고 결혼하고 끝냅니다만, 한국에서는 그런 방식으로 결혼을 하는 부부는 드물다고 보셔야 하고 결혼은 어떻든 가족 간 관계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부분입니다.


이게 서로 괴롭고 엄청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데도 쉽게 바뀌지 않는 이유가 한국은 자녀 교육에 상대적으로 많은 투자를 하는 구조로 돼있어서 여성 혼자 키우기 마땅치 않은 부분도 많고요. 원래 부모나 엄마가 자식을 끼고 사는 문화가 한국이 좀 강하다고 봐야죠. (미국에서 오셨으니까 한국인들이 이런 문화가 강하다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이슈가 돼서 익히 알고 계셨으리라 보고요.)


아무래도 미혼모나 미혼부처럼 통상적이지 않은(?) 가정이 자리를 잡자면 아이 양육에 대해서 일정 부분 사회적으로 책임이 돌아가야 하고 또 사회에서 책임을 지기 때문에 <내 자식이다>하는 독점권(?)도 상대적으로 내려놓아야 하는데 한국이 이런 부분은 여전히 좀 보수적이죠.


그리고 결혼을 하면 순례길이나 이런 데를 한 달 정도 가는 일이 실질적으로 대단히 어려워집니다. (미국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한국에서 결혼한 여성이 아이가 자라는 중에 아이를 놓고 한 달간 여행을 간다는 건 쉽지 않아요.) 따라서 결혼을 하지 않으셨으므로, 결혼을 한 이후에 가져야 할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부담과 부수적인 갈등이 없어지면서 아이 양육에 대한 부담은 새로 생기고 결정권은 여전히 상담자님에게 있다고 하면, 하나는 얻고 하나는 잃은 것으로도 볼 수 있지 싶습니다.


당연히 아이 아빠가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거부하는 건 이유 불문 잘못입니다만, 현대사회에서 이거를 책임지게 할 현실적인 방법이 거의 없기 때문에 거기에 붙들리기보다 자기 인생을 사는 게 낫겠다고들 조언하는 거 같습니다. 아이에게는 사랑으로 태어났으나 서로 가치관이 달라 함께 하지 못 한다고 해야죠. 아이는 또 아이대로 스스로 존재감을 갖고 살아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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