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직업에 귀천이 없을까, 노동 문제로 보면 달리 보이는 직업
자식을 먹이고 입히려고 어떤 노동이든 상관없이 일단 하고 보는 부모가 있는 반면에 맹자의 모친처럼 자식이 좋은 사람이 되려면 좋은 곳에서 좋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면서 악착같이 좋은 학군으로 가고, 좋은 직업을 가지려고 하고, 높은 지위를 가지려는 부모도 있는 겁니다. 어느 직업으로든 성실히 산 사람만 존중 받을 게 아니라, 스스로의 성공으로서 자녀에게 그 만큼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부모도 존중 받아야죠. 기업을 일군 재벌집 부모들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나름의 지위나 직업적 성공을 이룬 부모들도 있습니다.
사실 이런 문제도 맹자의 예에서 보는 것처럼 (맹자 모친의 직업 언급은 아니긴 하고 사실인지도 논란이 있긴 하나), 자식 교육을 위해서 부모가 자녀에게 어떤 직업적 경험을 줘야 하는지는 심지어 기원 전부터 논란이 있었던 것이고, 이로서 보아도, 마치 현대인들이 느닷없이 자아를 인식한 것처럼 여러 문제들을 던져 놓는데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주제입니다. 이런 댓글도 제가 꽤 여러 번 달았던 것 같기도 하군요.
박한상이라고 부모를 살해하고 불을 지른 폐륜아로 영화로까지 만들어진 범죄자가 있는데, 이 범죄자는 반면에 부모가 자녀 교육을 위해 강남으로 학군을 옮기고 미국까지 보냈으나 결국 부모를 살해하는 지경에 이르고야 말았죠. 따라서 부모의 직업 자체만큼 부모가 자식을 어떻게 키웠느냐가 중요한데, 사연자 남자친구는 부모가 양육을 하면서 직업에 급이 있다고 가르친 탓에 여자친구인 사연자 부모의 직업을 듣자 돌변한 것이라고 봐야 되는 거죠.
과거에 소작농이나 남의 집 머슴처럼 자기 땅 없이 농사 지어서 살던 사람들은 어떻게든 자식을 교육 시켜서 공무원을 시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했었고, 이게 사실 한국 사회의 발전 동력이 됐다고도 봐야 되는데, 따라서 직업 자체에 아무런 편견이나 어려움이 없다고 하면 한국 사회를 발전시킨 원동력 자체가 아무 의미 없어지는 거라, 그런 방식의 접근을 저는 개인적으로 위선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또 가난하거나 지위가 낮은 사람이 계속 그 자리에 머물도록, 그 자리에 복속시키는 얄팍한 속임수라고 생각하고요.
아프리카나 이런 데서 선교하는 사람들이 아프리카에 좀 더 좋은 직업과 환경을 주려 하는 것도 아이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교육 받게 하려는 건데, 이런 자체가 없이 <직업은 다 숭고하다>, <직업에 왜 귀천을 두냐?> 이렇게 되면 도돌이표가 되는 거죠. 그럴 거면 아프리카도 그냥 흙 파서 살아야 되는 겁니다. 어차피 다 인간에게 필요한 직업들 아닌가요?
다만 이런 직업적 경쟁이 지나친 정도에 이르렀기 때문에, 인간이 인간성을 잃을 지경에도 이를 수 있어서, 다양한 각도로서 접근할 필요는 존재하는 것이고요. 유럽이나 서구에서는 아예 이런 문제가 복잡하니까 차별이나 노동이 힘든 직업은 로봇이 대체하게 할까 이러고 있는 거고요. 심지어 지식 노동마저도 AI가 하게 하자, 이러고 있죠. 선진국 대부분은 차별이나 어려움이 존재하는 직업은 임금을 높이 주는 편이고 (아니면 외국인이 와서 근로하거나) 그렇습니다.
어려움이나 차별이 존재하는 직업은 당연히 존재하고 그럼에도 그 직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나 금전적으로 해당 직업을 실질적인 보호를 해줘야 하는 거지, 그 직업을 가진다고 어떤 심리적 존중이나 이런 것으로 위안하는 자체가 저는 노동 착취라고 생각합니다. 택배하는 사람이 힘들게 짐을 옮기는 게 불편해 보이면 임금을 올려주거나 노동 강도를 줄여주면 되는 거지, 무슨 쪽지에 <감사합니다>, 애들한테 <이런 어른 보면 감사하다고 해야지> 이런 거 시전하는 것도 저는 그닥 취향은 아닙니다. 조상도 아닌데 일하고 매번 절 받을 일이 있나요.
그리고 이건 좀 외람된 언급이겠으나 자녀는 부모의 직업에 영향을 미칠 수가 없습니다. 자녀가 태어나고 보니 부모는 이미 완성된 상태라서요. 부모가 자녀에게 영향을 얼마나 주느냐는 <금쪽같은 내새끼>보면 나오는 것이니 두말 않겠습니다. 따라서 자녀가 부모로 인한 영향을 어디까지 받아야 하는가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고, 앞서 문두에 썼지만 이 문제는 맹자시대부터 있었다고도 봐야 되는 겁니다.
사연자처럼 직업에 귀천을 두지 않는다, 생각하면 그런 사람인 거고, 저는 직업에 귀천까지는 아니지만 편견이나 차별은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이게 개선되자면 실질적인 노동 문제로 접근해야 된다, 이런 입장인 거고, 사연자 남자친구는 고루하게 직업에 급이 있다 이렇게까지 생각하는 거죠. 댓글들도 다 그런 입장같은데, 사연자 남자친구처럼 고루한 사람이 요즘 별로 없는 편인데, 사연자님이 특이하게 그런 사람을 남자친구로 둔 거죠. 둘러 보면 더 다양한 사람들 많으니 굳이 고루한 사람 붙들고 시간 낭비하실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