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중국 시장이 온라인으로 온다

중국은 과연 온라인 시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까

by 이이진

인터넷으로 물건을 구매하기 시작하면서 논란이 됐던 건 한국 시장 자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의상디자이너로서 말하자면, 디자인이 강하기 때문에 가격도 높은 상품은 인터넷으로 판매하기가 상대적으로 힘든 반면, 유행을 타지 않는 등 안전하거나 다소 진부한 디자인의 의상은 인터넷으로도 잘 팔릴 것이란 예측이 있었고 실제로 그렇게 됐죠.


홈쇼핑 상품도 그렇지만, 입어보지도 않고 구매하는 의상에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실험적 디자인이나 검증되지 않은 브랜드, 값이 비싼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거의 없으며, 대부분 계절이나 유행을 딱히 타지 않는 안전한 디자인과 보증된 브랜드 혹은 검증된 명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꾸준한 증가 추세입니다. 따라서 지금 의상 디자인 분야는 인터넷의 대두로 일부 시장은 사실상 초토화가 됐는데 (대표적으로 동대문 상가라고 할 수 있는 의류 소상공인의 몰락) 이게 의상 분야만의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고요.


따라서 인터넷 시장은 명품 혹은 검증된 브랜드 시장과 좋은 제품을 싼 값에 공급할 수 있는 자본력 등이 있는 업체로 양분되어 경쟁을 하는 실정이며, 자본 없이 아이디어만으로 승부할 수 있는 업체는 반짝 이름을 올렸다가 사라지는 형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나 돈 없이 인터넷으로 장사한다는 말이 있었던 거지, 지금은 돈 없이 인터넷으로 장사하는 것은 밥벌이는 몰라도 실제로 사장이라 부르면서 이익을 내기는 대단히 어려운 구조입니다. 또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제품은 안전한 디자인을 선호하기 때문에 결국 비슷비슷한 디자인에서 가격만 서로 낮추는 출혈 경쟁도 이어지고 있기도 하고요.


따라서 저는 중국도 이런 경향에서 자유롭지 못 할 것으로 보고, 건전지처럼 일상적인 물건에서야 중국 물건이어도 상관이 없어 다량 구매가 일어나겠지만, 100원 1000원 하는 건전지를 얼마나 팔아야 중국 경제에 타격을 줄 정도로 매출이 일어날 것인가 생각해보면, 답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인구 30%라고 하면 1,000만명 정도 되니까 엄청난 일이다 생각할 텐데, 중국에서는 입시를 4,000만명이 볼 정도라고 하니까요.


중국도 중국 경제를 살릴 정도로 인터넷이나 매출을 일으키자면, 중국 경제에 대한 불신이랄지 불확실성을 해소해야만 100원이나 1000원짜리 상품이 아닌 실제 경제적인 제품들이 판매로 이어질 것이고, 지금같은 제품들만 판매해서는 인도라거나 동남아시아처럼 노동집약적인 제품들에 대한 공급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서, 결국 어느 시점에서는 중국도 한계에 이를 수밖에 없습니다.


계속 싼 값에 물건만 공급하는 업체들만 살아남아서 중국에 이익이 얼마나 가겠나요. 처음에야 시장 진입을 위해 물량 공세를 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살아남는 것은 물량 공세가 지나간 이후 실제 중국 브랜드 제품이 신뢰를 얻어 판매로 이어질 때입니다. 그리고 중국도 인구만 많을 뿐이지 제품 생산에 필요한 자제들이나 에너지는 다 수입이라서 가격을 낮추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것이고요. 누차 말하지만 식량이나 에너지 수입 1위나 2위는 거의 중국입니다. 에너지 수입 금액은 세계가 공통인데 싼 값에 물건을 제공하자면 노동력 착취밖에 답이 안 나오는 거를 중국만 부인하고 있죠.


한국의 노동집약형 산업들이 대거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한국에서 대량 해고나 망하는 소상공인들이 속출한 것은 사실이고, 이런 추세라면 한국의 소비 중심 인터넷 플랫폼도 결국 중국으로 인하여 타격이 생기면서 재편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중국이 실질적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가져가자면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과 폐쇄성은 개선돼야 하고, 그 과정에서 당연히 중국 내부적으로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이 인터넷이나 이런 시장에서 선두를 달릴 수 있었음에도 (제조업이나 공장이나 이런 모든 면에서 이미 상당한 인프라가 집약됐기 때문에) 특유의 폐쇄적인 접근때문에 꾸준히 갈등의 대상이 되는 것도 중국만 부인하고 있죠.

keyword
작가의 이전글부모의 직업으로 판단하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