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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소하는 경제 규모를 위한 대책은 뭘까

싱가포르가 상속세가 낮아서 투자가 많다는 오류

by 이이진

한국이 인구감소에 어려움이 있는 이유는 인구감소 방식으로 정책을 시행한 역사가 없기 때문입니다. 부동산정책이나 교육정책, 연금정책 모두 기본적으로 인구 증가를 바탕으로 한 치밀한 경쟁구조로서, 인구가 증가하고 계속 경제가 성장해야만 사업이 이익을 보는 구조라, 보편적인 삶에 대한 기준점이 없고 생활방식도 계속 증가하는 사정이라는 것이죠.


4인 가족이 25평 아파트를 장만하면 거기서 노년을 보내고 자녀들도 독립시킨다 이런 보편성보다, 25평 아파트를 사면 죽기 전엔 50평 아파트로 가야한다, 단독주택을 지어야한다, 이렇게 계속 사회적 압박에 시달리며 끊임없이 성장해야 하는 숙명 속에 있는 겁니다.


인구가 증가하지 못 하면 당연히 새로 건물을 지을 것도 없고 인프라도 증가시킬 이유가 없는데도 한국은 끊임없이 건물을 지어 수익을 남기고 철도를 짓고 도로를 확장하는 거죠. 지하철만 해도 출퇴근 시간만 바짝 복잡한 거지 엄청난 적자를 내고 있음에도, 시골은 이미 버스터미널이 폐쇄되는 지경인데도 계속 철도를 놓겠다면서, 한국이 건설이나 부동산으로 돈 번 역사가 지나쳐서 이걸 내려놓지를 못 하고 있고요. 또 대기업들 수익도 다 여기서 나오기 때문에 내려놓지를 못 하는데, 이미 일본도 관리 안 되는 주택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습니다.


아일랜드나 (덴마크)를 보면 인구가 500만 정도로 한국의 1/10 이지만 GDP는 세계 2위인데, 아일랜드는 대기근으로 이미 인구 감소를 겪은 바가 있고 이후 해외자본을 적극 유치하고 기업에 호의적인 조건을 제시하면서 지금은 누구나 아는 발전국이 됐죠.


즉 인구가 많다는 것은 이제 과거처럼 내수가 튼튼하다는 외에 딱히 산업적으로 매력적인 요소는 아니며, 오히려 기업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는 정치적 독립(특정 정치성을 갖지 않는) 일관되고 투명한 정책 방향 등이 요구되고 있는 겁니다. 그러자면 금융시장이 어느 정도 예측가능한 안전성을 보여야 하는데, 한국은 정치만 하더라도 오늘 주장한 게 내일은 바뀌는 등 불확실성이 제법 있는 편이라서요.


사실 싱가포르는 중국계 자본이 중국에서는 활동하는데 제약이 많으므로 싱가포르로 넘어가면서 호재를 보이는 경향이 있고 (원래 홍콩이 이 역할을 했으나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경제적 위치도 흔들리게 됐고) 따라서 단순히 싱가포르가 상속세 낮은 거 하나로 투자를 받는다더라 설명하면 좀 과장이죠. 오히려 왜 싱가폴은 상속세가 낮은가를 면밀히 봐야죠.


지금 한국도 투자처 대부분은 싱가포르나 홍콩, 미국 교포 중심의 중국계 자본인데 (크게 투자받은 회사들 투자처 보면 거의 중국계로 마켓컬리도 그러함) 그래서 이번에 싱가포르계 투자회사가 KT &G에 1조원인가 소송도 개시한 건데, 경제 구조 자체가 박리다매나 이런 게 아닌 고부가가치 금융쪽 혹은 투자로 바뀌고 있는 등을 한국이 빨리 캐치해야 한다고 봅니다. KT & G 정도 되는 그룹이 해외 투자를 받았다면 의사결정 구조는 더 투명해야 하는데, 소송이 걸린 자체로 경영방식을 돌아볼 필요가 있는 거죠.


이번 홍콩 ELS사태도 보면 한국 금융시장은 심각할 정도로 낙후돼있고 (준 국영기업인 은행에서 불완전 혹은 과대 거짓 판매를 하는 등) IMF를 겪었음에도 본질적인 부분은 바뀌지 않은 거 같아 안타깝습니다. 스위스도 그렇고 작지만 나름 건강한 나라들은 통상 금융이 안정적이고 정치는 투명합니다. 물론 그럼에도 내부갈등은 있겠지만 어떻든 한국은 이런 그림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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