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한 날과의 사투 1 - 자작소설

by 이이진

진부한 날과의 사투 1


<성자가 된 청소부>는 내 방 책장에 놓여 있는 유일한 책이다. 벽에 고정된 작은 선반 위에, 원래부터 거기 있던 것처럼 쓰러져 있다. 책 제목을 보면서 생각했다. 청소부는 성자가 될 수 있지만 성자도 청소부가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 성자가 되길 원하는 사람은 있지만 청소부가 되길 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만약 진심으로 청소부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진짜 성자가 아닐까, 하고.


이런 생각을 하며 사는 나는 살고 있는 원룸이 재산의 전부인 사람이다. 더 이상 몸무게를 지탱할 수 없어 바닥으로 꺼져버린 보라색 소파, 가끔 소리 내는 것을 잊어버리는 텔레비전, 너무 낮아서 밥 먹을 때면 어깨가 아파오는 식탁. 지긋지긋하게 가난한 덕분에 나아질 게 없는 아침을 맞는, 직업도 없고 갖고 싶은 것도 없이 존재하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


지난 달까지 아르바이트로 모아 놓은 돈은 어제 오늘 끼니도 해결 못 할 정도로밖에 남지 않았고 날 도와줬거나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은 더 이상 <관계> 속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자신을 불행하다 여기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사실 가난이 곧 불행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가난 외의 다른 말로 설명할 수 있는 불행을 아직 만나보지 못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살아진다고 해서, 누구를 원망하거나 하진 않았다. 마음까지 악해지면 정말 가난해지는 거라고 내 영혼은 항상 내게 말한다.


가난하지만 사악해지지 말자.


그래? 누굴 위해서? 뭘 위해서? 나아질 것도 없잖아?


눈을 감고 있는데 꿈결처럼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환청과도 같은 그 소리는 귀에 손을 대면 손 안으로 들어올 것만 같았다. 천천히 눈을 감았다. 밖에서 온 게 아닌, 내 내면이 만드는 그 소리를 듣기 위해서 말이다.


내면의 소리가 알려주는 방향대로 서서히 책장으로 다가갔다. <성자가 된 청소부>의 겉 표지를 찢고 찢어낸 겉 표지에서 성자와 청소부라는 단어를 도려 낸 다음, 두 단어의 위치를 바꿨다. 청소부는 성자의 자리를 꽉 채웠지만 성자는 도리어 청소부의 자리에 빈 공간을 만들고 채우지도 못했다.

결론은 청소부가 더 크다는 거였다.


칙칙한 원 룸에서 나와 도움을 구하려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쌀쌀한 날씨에 가늘게 비까지 내리고 있었다. 주머니를 뒤져 귀퉁이가 잘려 나간 채 구겨질 대로 구겨진 오천 원짜리를 꺼냈다.


갈 데가 없니?


누군가 머릿속으로 말을 걸었다.


“없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정말 없어?


“없어.”


바닥에 주저 앉고 싶었다. 하루 이상 밥을 굶어 왔다는 생각에 갑자기 허기가 밀려 왔다. 먹지 않으면 죽는 건가. 정말 그렇게도 죽을 수 있는 걸까?


죽을 수 있지만 그렇게는 잘 죽지 않아, 요즘에는.

그래, 그렇게는 잘 죽지 않지, 그렇지. 나는 그렇게 죽기 위해 뭔가를 시작하려던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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