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런저런 이유로 프랑스 파리에 9개월을 체류한 적이 있습니다. 예상에 없던 체류라 돈이 부족해서 파리 외곽 지역마다 돌아다니면서 체류를 해야 했는데, 그렇다 보니 프랑스 파리에 살고 있는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특히 신기했던 건 파리에 생각보다 많은 성당이었는데, 성당을 지나면 이슬람 사원이 나오고 거기를 마주하는 곳에 유대인 회당이 있던 일이었습니다. 주말마다 유대인 특유의 복장을 하고 예배를 나가는 사람들을 볼 때 가졌던 그 신기한 경험과 그들을 보는 다른 민족 사람들의 반응 같은 것들도 대단히 재밌었고요.
그리고 또 지나가다 보면 프랑스에는 성인 샵들이 즐비한데요, 그러니까 성당과 이슬람과 유대교와 인간의 본성이 어우러진 파리를 보면서 이 속에서 정치적인 감수성을 갖지 않기가 오히려 어렵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절대 신을 추구하는 모든 종교들과 극한(?)의 자유를 추구하는 인간들이 거의 모여 있었으니까요. 절대 신이라는 게 타협을 허용하지 않으니 참으로 신기한 모습입니다.
어떻든 제가 동료와 함께 프랑스 경찰에게 인권침해를 당해서 생애 처음으로 고소라는 것을 해봤는데,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법원을 직장(ㅎㅎ)처럼 다니게 되더라고요. 거기서 또 캄보디아에서 부모님이 보트 피플로 살아남은 변호사 한 명과 말을 하게 됐는데, 그것도 참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마트에서 봉투가 터져서 온갖 음식이 쏟아져 나올 때 도와줬던 베트남 사람에게 경찰과의 소송을 말하니 <쉽지 않다>고 했던 경험, 관광 비자가 만료됐을 때 프랑스 시골로 내려가서 비자를 받게 해 주겠다고 말했던 코트디부아르 출신 변호사 (이거는 살짝 불법이라 만약 이 방법으로 비자를 받았더라면 지금의 저는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프랑스 파리 출신이면서도 미국 뉴욕에서 언론인으로 살며 프랑스에 비판적이었던 프랑스인, 마치 동양을 옮겨온 듯한 본국 문화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중국인들이나, 인도인들이나, 오히려 더 한국인 같았던 한국 교포들 (중에는 한국에서 사상(?) 문제로 이슈가 된 분들도 있더군요),
한국처럼 외국인들이 그래도 나름 좋아서 체류하는 상황과는 달리, 강제로 오기도 하고, 나라가 망해서 오기도 하고, 성공을 위해서도 오고, 사상 문제로도 오고, 핍박을 피해서도 오는 등의, 제가 살면서 한 번도 고민해보지 않는 문제들이 산적한 프랑스 (파리)를 보면서, 진짜 여기는 인간과 신, 그리고 인간의 본질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겠다 생각했습니다. 심지어 누가 북한 사람도 만날 수 있다고 했었는데, 그 정도로 프랑스 파리에 정치, 사회적 인물들이 살고 있는 거죠.
종종 프랑스가 학비를 무료로 줘서 인문학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지나치게 물질 중심적이고 오해가 있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학비를 무료로 주는 것에 중심을 두는 등 돈과 현실이 중요할 거 같으면, 오히려 바로 배워서 쓸 수 있는 기술을 선호하겠죠. 그보다는 프랑스라는 나라 자체가 가진 다양한 모순들을 바라보면 생각이 많아지다 보니, 프랑스에서 인문학을 배우지 않고 섣불리 대화에 나섰다가는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겠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미국 같은 경우는 이미 거의 20년 전에 10일 동안 뉴욕에 전시가 있어 체류를 해본 게 다 이긴 하지만, 운 좋게도 한국인 이민자 분들 집에 민박을 할 수 있었어서 미국 이민자로서의 삶을 간접 체험했었고, 그때 느낀 건 스스로를 위태롭게 만들 정도의 오픈력이었습니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당시 아프리카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생각보다 많은 한국식 소상공인들이 있었고 (저로서는 당시 이걸 왜? 이랬음), 이 문제를 이렇게 건드려도 될까 했는데, 오바마 대통령이 나왔죠. 제가 보기엔 미국에서 IT가 번성하는 이유에는 물론 돈이 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결국 정보화로 어떤 통합된 구축을 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것이고, 때문에 유럽이나(일부 허용) 중국은 이걸 열심히 막고 있지 싶습니다. 다른 나라들도 열심히 막고 있긴 합니다만.
그러니까 돈은 하나의 목적일 뿐이지 인간의 선택 전부를 설명할 수 없는데, 때로 한국은 부끄러울 정도로 모든 문제의 귀결이 돈이 되더군요. 그냥 돈이 목적이다 하는 게 정치, 사상 그리고 신과 인간을 건드리는 것보다 쉬워서 그런 걸 거라고 이해하렵니다.
그나저나 제가 잠시 프랑스 파리에 체류하며 이슬람과 유대인만 가는(?) 식료품점을 처음 모르고 갔을 때 인상적이었던 도로가 있는데, 거기에 무슨 특이한 마트가 하나 있습니다. 저나 동료나 뭐 돈도 없고 그래서 하루에 시간이 나면 가는 게 거의 마트뿐이 없는데, 그 마트는 다른 곳엔 별로 없어서 인상적이었죠. 그런데 한국에 오고 얼마 안 있어서 뉴스가 나왔는데, 거기 그 도로를 배경으로 이슬람 사람들이 테러를 일으켜 총으로 제압당하는 내용이 나오더라고요. 이슬람 2세대들이 벌인 거라는데, 그런 갈등이 있는 도시에서 돈을 위해 인문학을 할 거 같진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