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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르가 지금의 디오르가 될 수 있었던 이유

여성이 소비의 중심이 될 것을 예측한 디자이너

by 이이진

오랜만에 제가 전공한 패션에 대한 주제를 보게 돼서 글을 올립니다. 디오르 그리고 전쟁 이전의 여성들은 코르셋을 차고 풍만한 스커트를 입은 채 말을 타다가 떨어져 죽는 일이 있었습니다. 옛날 드레스를 보면 알겠지만 그 옷들은 걷기에도 불편하여 시녀들이 옆에서 부축을 해야 할 정도에 이르렀는데, 그런 드레스를 입고 말을 타고 여가를 즐기려니 피해가 발생하는 거죠.


따라서 일부 도전적인 여성들은 바지를 입고 말을 타기 시작했는데 이럴 경우 출입이 금지되는 등 상당한 저항을 맞이했습니다. 서구에만 이런 경우가 해당되는 것은 아니고 한국도 조선 시대 여성 복장 중 지위가 있는 여성들의 복장은 움직임이 쉽지 않습니다. 머리 무게만 10kg가 넘곤 하니까요. 중국의 전족이나 이런 것들도 다 그렇죠. 이슬람은 지금도 여성들이 눈만 보이고 그러는데, 부르카를 착용하고 맥도널드에서 먹는 여성을 보니까, 부르카를 손으로 들어서 음식을 넣는 등 보통 불편해 보이는 게 아니더군요. (여기서 페미니스트들의 탈코르셋과 같은 복장에 대한 저항이 파생되는데 일단 이거는 주제가 길어지니 생략합니다.)


어떻든 서양 복식의 관점에서, 주제를 풀자면, 그리고 2차 대전이 발발합니다. 남성들은 전쟁터로 나갔고 남겨진 여성들은 공장에 취직하여 물품을 생산하기 시작합니다. 여성들이 가사에서 벗어나 공장에서 물건을 생산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복장이 직선전이고 활동성이 편리한 거를 추구할 수밖에 없어지죠. 이 시점에서 유명세를 타는 디자이너가 샤넬입니다. 지금은 럭셔리의 대명사가 된 샤넬이지만 복식사 관점에서 보면 여성에게 남성이 사용하는 움직임이 편리한 저지 소재를 응용한 재킷 등을 입힌 사람이 샤넬이죠. 샤넬은 여성들이 남성처럼 활동적인 것들을 추구할 것을 예측했습니다. 그리고 이게 맞아 들어가죠.


그런데 여기에 대해 여성들은 아름다운 곡선을 살리고자 한다면서 반박하며(?) 등장한 게 디오르입니다. 디오르는 여성들이 과거처럼 잘록한 허리와 풍성한 하복부를 다시 살리고 싶어 할 것이라면서 소위 말하는 새로운 룩 (new look)을 제시하죠. 그리고 디오르의 예상은 적중하며 여성들은 디오르에 환호합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디오르가 예측했던 것 중 하나로서 여성이 시장의 주체가 될 것이라는 점이 맞아떨어진 것이 디오르의 성공을 유인한 강력한 요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즉 여성들이 공장이나 기타 생산 수단에 투입이 되면서 스스로 소득을 발생시켜 소비 주체가 될 것을 디오르가 예측을 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스스로 소비를 하는 여성들은 여성성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한 것도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디오르가 상류층 삶을 대중에게 옮겨온 것도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소비 패턴과 주체의 변화가 여성에게 온다는 것을 디오르는 예측했으며, 그렇다면 여성들이 무엇을 원할 것인가에 대한 예측도 여전히 소비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어서, 패션이 인간 삶의 주축으로, (낭비다 환경오염이다) 각종 공격에도 불구하고 생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도 <서태지와 아이들>에 대해 말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대중문화의 소비 주체가 10대로 옮겨갔다는 것이며, 그 영향은 지금까지 미치고 있습니다. 대중문화의 영향은 그리고 대표적으로 패션 트렌드의 변화를 유도하고요.


앞서 언급했듯이 패션이 그냥 겉보기에는 왜 저러냐, 낭비나 쓰레기 아니냐, 이렇게들 볼 수도 있는데, 사실 보면 인간 문화의 총아인 면이 있습니다. 예전에 트위기라고 굉장히 마르고 여성성이 다소 제거된 듯한(?) 소녀 모델이 패션계를 평정한 적이 있는데, 이어서는 육감적이고 인체의 굴곡이 화려한 슈퍼 모델들이 또 등장하게 되는 것을 보면, 당대 문화 그대로가 반영된 특징이 있죠.


개인적인 얘기를 하자면, 저는 사실 패션이 상당히 적성에는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렇게 감각이 발달한 인간은 아닌 터라) 패션이 갖는 이런 측면 때문에 꾸준히 놓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은 미니멀리즘이 다시 도래했는데 이 미니멀리즘은 패션계에 등장하고 거의 20년 이상을 평정하게 되며 (그전에는 엔드로 지너스부터 온갖 트렌드가 휘감고 주기도 짧은 편이지만) 과연 지금 이 시대에도 미니멀리즘이 그렇게 평정할 것인가 보면, 짧지 않게 유행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미니멀리즘이 유행하면서 발생하는 여러 현상들에 대해서는 일부는 다시 일어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패션에서는 영감을 두 가지 측면에서 얻는 것으로 통상 말합니다. 그건 감각과 직관입니다. 감각이란 주어진 정보를 토대로 그 안에서 아름다움 혹은 선호도를 잡아내는 능력으로서 감각이 예민한 분들이 잘합니다. 어디 먹으러 가면 그냥 맛있다 이런 사람이 있는 반면에 이 맛은 다른 사람들도 좋아하겠다 잡아내는 사람들이 있죠, 그게 감각인 겁니다. 일부는 타고나기도 하지만 감각은 많이 쓰면 닳기 때문에 자꾸 연마하고 그래야 되죠. 한국말로는 감이 좋다, 뭐 이렇게도 말하고요.


직관은 이와 달리 여러 정보를 관통하는 움직임을 알아내는 것입니다. 이거를 어떻게 하냐는 것에 대해서는 각종 연구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아직 밝혀진 것이 확실하게 없다는 정도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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