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한 사람들의 이해할 수 없는 고민
이름이 뭔지는 모르겠는데, 배우였는데 태국 부자(?)와 결혼했다는 여성이 오은영 선생님 방송에 나와서 우울감을 토로하더군요. 그러니까 오은영 선생님이 일을 가지고 자기 자리를 찾아라는 취지로 충고를 했고요.
이렇게 말하면 또 낙오자가 변명한다고 할지는 모르겠지만, 일이라는 게 꼭 직업은 아니더라도 자아실현의 주요한 수단이자 목적임이 맞다고 할 때, 이 자체가 쉬워지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한국 사회가 힘이 든 겁니다. 특히 한국 사회는 일로서 자아를 인정받는 게 굉장히 중요한 터라, 이게 안 되니 다들 미치겠는 거죠. 안 되면 막일을 뛰어라, 남의 집 가사도우미를 해라, 이런 논의로 가자는 것은 아닌 것 같으니, 이 지루한 접근은 제외를 하겠고요.
해당 방송에 상담 외에 패널로 나온 연예인들은, 오은영 선생님을 포함하여, 방송계에서도 톱을 달리는 사람들이고 (일반 사람은 만져볼 수도 없는 연봉으로 몇 십억 집을 사고 자녀를 유학 보내고 하는데) 상담자 또한 재벌가와 결혼한 연예인이니, 사실 이런 상담은 오히려 일반인들에게 낭패감만 주더라고요. 저렇게 지위와 부와 연봉과 자녀와 가정과 직업을 가지고도 자아실현이 안 돼서 상담을 나올 정도면 차라리 아무것도 안 하고 죽는 게 낫겠다, 이렇게 사고가 흐르는 걸 막을 수가 없는 거죠. 거창하지도 않다고 하시는데, 거창하지 않은 그거를 일반 사람들이 지금 갖지를 못 하고 있거든요.
저는 이 연예인들이 심리 상담하는 방송을 페이스북에 떠서 어쩔 수 없이 가끔 보는데, 솔직히 도대체 뭘 위해서 이런 방송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유명 가수나 연예인이 나와서 자기는 학폭이니 가정 폭력이니 사귀니 고립을 당했다고 하는데, 그걸로 또 인격 수양하고 자양분 삼아 예술가가 되면 된 거지, 자신의 모든 행위를 오직 그 피해에만 주목해서 주야장천 겉내용만 다를 뿐 속 얘기는 똑같은 레퍼토리를 하는데, 들어주는 자체가 고통일 때가 있습니다.
그런 피해를 입고 여전히 패배자로 사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인데, 갑자기 이런 방송을 보면 막 울분이 토해지면서 <나를 파괴한 그 나쁜 놈> 이러면서 심지어 복수심에 불타게 되는데, 이거를 당연히 방송은 책임 안 지겠죠. 그러니까 이런 방송이 결국 비난을 받는 겁니다. 일반 시청자에게 내재된 고통을 끌어낸 뒤 (그거를 억누르고 그냥 좋은 사람으로 사는 것도 피곤해 죽겠는데) 자기들은 책임 안 지죠. 일반 사람이 느끼는 박탈감을 이해한다면 자신이 느끼는 고통도 객관화가 될 텐데 이게 인간이 또 안 돼요.
연애는커녕 누군가에게 사랑도 주목도 일평생 못 받아본 사람도 부지기수이니, 그래도 나는 아무나 이룰 수 없는 이 정도는 왔으니까 이제 어디로 갈까, 정도에서 시작하면 좀 나을 듯합니다.
태국어를 접할 기회도 없는 사람이 부지기수인데, 심지어 개인 교습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도대체 그 정도도 하지 않고 자신의 지위가 없다고 고민을 한다는 건 너무 모순입니다. 저는 살면서 태국에 여행도 못 가봤어요. 그 많은 사람이 가는 태국에도요. 따라서 이 방송에 나온 자체를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인데, 또 전체 방송을 보면 다를 수도 있어서 일단 여기까지 정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