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을 위한다는 지도자들이 모두 서민을 만나지 않게 되는 구조
사진을 못 찾겠는데, 서천 시장 화재 현장을 위로 차 방문한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시장 상인들과 만났다고 하는 자리에 온통 국민의 힘 관련자들과 상인 대표 한 사람, 경호원들만 대동해 있더군요. 그러니까 시장 상인들을 위로한다고 해놓고는 막상 국민의 힘 관계자들만 만나고 왔다는 거죠. 그러니 시장 상인들이 분통 터져하는 거고요.
그런데 예전에 어느 기사에서 외국인이 한국 대기업에 취업을 했는데 너무 이상했던 모습이, 회사 대표가 현장을 방문한다고 하자 직원들이 일제히 진열장을 정리하는 등 현장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질 않더라는 겁니다. 회사 대표가 현장에 온다는 건 실제 현장을 보고자 하는 건데, 직원들이 그것조차 허용하지 않는 거였죠. 물론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가 괜히 그 자리를 책임 지고 물러나야 하는 직원이 발생할까 봐도 있겠으나, 어떻든 취지는 위반하는 거죠. 그럴 때는 또 직원들끼리 똘똘 뭉칩니다.
그러니 현장에 간다는 건 그냥 형식적인 요식 행위로 전락하고 마는 겁니다. 조선 시대에도 왕들이 일반 서민들 삶을 보겠다고 야밤에 몰래 나가고 했던 걸 보면, 실제로 지도자의 위치가 됐을 때에 더욱 필요한 현장 경험을 할 수가 없게 되는 구조가 있다는 거죠. 현장을 보겠다고 일부러 야밤에 나가는 것도 사람들이 난리를 치고 그러죠. 때문에 일부 왕들은 아마도 신하들의 이런 행동을 발판 삼아 그래서 내가 백성들을 못 만난다 핑계도 댔을 겁니다.
그게 왜 그러냐 하면 그 사람을 지도자로 올린 사람들이 그 지도자에게 권위를 부여하려다 보니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가 없어서 그렇습니다. 지도자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일반인을 상대하는 습성이나 과정이 사라지다 보니 막상 위로 올라가면 이상한 소리를 하게 되는데, 이게 맥락 없이 전파되면 온갖 소문만 무성해질까 봐 지레 아무것도 못 보게 하는 거죠.
때문에 지도자가 되건 유명인이 되건 결국 누군가에게 둘러 쌓여서 (때로는 사생팬이 그들을 둘러쌓아서 그냥 묵묵히 조용히 좋아하는 팬을 볼 수 없게 하면서 연예인을 고립감으로 몰아넣듯이) 결국 새로운 의사 결정을 보려고 했던 많은 다수의 조용한 사람들을 황당함으로 몰고 가는 겁니다. 다수라고 늘 조용하고 그런 것은 아니나 편의상 이렇게 표현을 하겠고요.
대통령이 현장을 가겠다고 하면 국민의 힘도 시장 상인들을 모았어야 하고, 시장 상인들도 대통령이 오는 거니까 신변 안전이나 이런 것들을 주의하면서 할 말을 해야 하고 (지도자만 오면 눈물 콧물 쏟아가면서 가슴치고 울분 토하고 그러는데, 그런 장면에 대통령이 있으면 그건 마치 무슨 학대자 같아 보이죠. 대통령이 무슨 감정 풍부한 연기자도 아니잖아요.) 대통령도 시장 상인이 그 자리에 안 보이면 왜 상인들이 없냐면서 물어보고 해야죠.
맨날 똑같이 새로운 지도자를 갈급해하면서 막상 뽑아 놓으면 이렇게 고립을 시키니, 누가 돼도 탄핵하자 이 소리만 울려 퍼지는 겁니다. 현장을 보고자 하면 현장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어야 됩니다. 그리고 그건 울고 우는 감정의 토로와 가슴 벅찬 위로가 아니라,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났고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하는 차원의 실질적인 논의가 돼야 하는 거죠. 그걸 못 하는 게 누구의 책임인가는 일단 뒤로 놓겠습니다.
댓글로 감정적 토로는 하는 분이 있는데, 감정이 인간 고도의 행위이긴 하나 아직 감정이 뭔지 구체화조차 안돼서, 슬픔이 뭔지도 아직 모를 정도로, 그걸로 결정하는 건 무서워서 싫다 정도로 댓글 드렸다고 이 글을 수정하며 옮겨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