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언어적으로 상대방을 통제해야 하는 상황에 반복적으로 처하면 표현이 과격해지는 경향이 생깁니다. "결혼지옥"이나 "금쪽같은 내 새끼" 이런 데서도 보면, 부모에게 저항하는 아이들이 입에 담을 수 없는 쌍욕을 하거나 남편을 향한 부인의 감정 표현이 다소 극단적이 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과 비슷하죠. 물리력을 사용하지 않고 혹은 물리력이 강한 상대를 강하게 언어적으로 제압하려면, 혹은 반대로 하지 않게 하려면, 언어가 극단적이 되는 것을 피하기가 어렵습니다.
애들이 부모의 지시를 따르고 싶지 않을 때 그냥 하기 싫다고 해서는 부모가 말을 들어주지 않으니까 <이거 시키면 죽어버릴 거야> 이렇게 과격하게 말하는 것과도 비슷하다고 보면 될 듯합니다. 따라서 주호민 작가의 자녀에게 심한 말을 한 해당 교사 또한 좋게 <이 숙제를 해야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라고 해서는 아동이 말을 들을 거 같지 않으니 <싫다, 싫어, 고집이 세다>와 같은 표현이 튀어나와 버리는 거죠.
때문에 해당 언어 표현만을 놓고 보면 과격한(?) 언어를 하는 사람만이 잘못된 것으로 보이기가 쉬우나 통상은 관계에서 발생하는 실제적인 우월관계를 봐야 할 필요가 있긴 합니다. 즉 표면적으로는 선생님이 우위에 있지만 실제로는 해당 아동의 부모가 유명인인 점등에 비춰 완전한 약자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런 복합적인 관계 파악을 일단 떠나서 해당 내용만을 놓고 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선생님 주장대로 욕설을 한 것은 아니지만 다소 과한 감정 표현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욕설보다 이러한 감정 표현이 극심한 모멸감을 일으키기도 하기 때문에, 아동에게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 어느 유튜버가 부모가 생각하는 자식에게 한 심한 말과 자식이 생각하는 부모의 심한 말을 비교한 영상을 올렸는데, 부모들은 <XX새끼>, <XX 년>처럼 욕설을 심하다고 생각했고, 자녀들은 <더 이상 기대도 안 한다> <해준 게 없다>와 같은 말이 심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다시 말해 어른들은 자녀에게 쌍욕을 하는 것이 심하다고 생각을 하지만, 실제 자녀들은 존재를 부정당하는 표현 그러니까 내용이 있는 표현을 잊지 못하고 심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따라서 선생님이 학생에게 직접적으로 욕설을 한 것보다 어떤 면에서는 존재를 부정당하는 듯한, 멸시를 당하는 듯한, 감정 표현에 아동이 더 고통을 받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물론 선생님 입장에서는 다시는 학생이 이전처럼 바지를 내리는 등의 행동을 하면 안 되기 때문에 이를 강하게 주지 시키는 과정에서 소위 말해 혼쭐이 나야 한다고 생각을 했을 수 있어서, 그렇게 표현했을 수는 있겠지만 오히려 이 표현으로 인해 아동이 마치 존재를 부정당하고, 다시는 친구들과도 어울릴 수 없는 존재로까지 저하되게 느껴지게 한 것은 불필요했다고 생각합니다.
또 선생님이 질타를 하며 아동의 감정을 끌어냄에도 불구하고 해당 아동이 녹취에서 고성이 한 번도 없었다면 (종이를 찢는 등 행동이 있었다고는 하나) 해당 아동 또한 잘못을 인지하고 조심하려고 했다고 선생님도 인정해 줄 측면은 있습니다.
주호민 씨 입장에서는 아이가 안 그래도 장애가 있는데 부모 없는 데서 혹시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이 들 수야 있겠는데 오히려 이렇게 사건을 법정으로 끌고 가버리니 아동은 졸지에 사회적 이슈의 중심에 서게 됐습니다. 녹취도 아동 모르게 했다고 하는데, 이렇게 아동의 허락이나 사전 동의 없이 해당 사건을 법정으로 끌고 가는 결정을 하는 주호민 씨 부부가 저로서는 다소 독선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하고, 지금이라도 아동이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부터 확인하는 게 부모로서 할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자녀가 살아나가면서 이 사건이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를 유념하면서 행동하는 게 부모로서 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아동이 선생님의 질타에도 최소한의 고함조차 지르지 않았다면 아동은 선생님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마음 또한 가지고 있었다고 봐야 하고 이 마음은 존중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선생님도 불필요하게 감정을 드러내며 다소 존재 부정적인 발언을 한 것은 있는 부분이고, 부모도 아동의 의사를 묻지 않고 사건을 법정으로 끌고 가는 독선을 범하는 사이에 막상 중요한 아이의 의사가 전혀 전달되지 않고 있는데, 과연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잘 결정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유튜버를 홍보하려는 것은 아닌데, 정선호 <아무도 예상 못 한 충격적인 답변 차이> 영상을 보시면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입장 차이를 명백히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굉장히 시사하는 바가 큰 영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든 해당 아동이 바지를 내린 이후에 사건이 이렇게까지 커졌으니 해당 아동이 짊어지고 갈 무게가 너무나 만만치 않아 졌고, 가장 실제적인 피해자랄 수 있는 바지 벗은 모습을 본 아동도 이 엄청난 사태를 보면서 해당 아동을 이해해 주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살면서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게 하려는 부모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부모라면 이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지지해 주며 극복을 기다리는 것도 가르쳐줄 필요가 있습니다. 피해에 매몰될 필요는 없다는 점을 가르쳐줘야죠, 부모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