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고소 고발을 해보면 입증 책임은 거의 고소인이나 피고소인이 집니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거나 중범죄가 아니고서야 검사든 경찰이든 휴대전화도 함부로 볼 수가 없고, 또 설사 봤다고 하더라도 범죄 입증에 이르기까지는 대단히 많은 조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수사관이나 검사가 이렇게까지 조사할 여력도 실제로는 없습니다. 고소장 제출하면 고소인과 피고소인 불러서 조서 한 장 쓰고 사건 종결하고 그게 답니다.
예를 들어 중고거래 사기가 있다고 하면 적게는 몇십만 원에서 시작하는데, 이거를 입증하겠다고 고소인이며 피고소인 휴대폰까지 뒤질 수야 없는 거죠. 계좌 내역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 고소인이 억울해서 혹은 피고소인이 부당해서 자발적으로 이런저런 증거들을 제출하게 되며, 결국 그 증거들을 토대로 경찰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오직 경찰이 작성한 서류만으로 검사는 그 결정을 이어받는 시스템이죠. 심지어 이런저런 증거를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그 증거조차 제대로 안 보는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비동의 간음죄에서 동의의 내심을 입증하는 책임이 피의자에게 갈 것이고 이는 대단히 힘들다고 했는데, 사실 거의 모든 범죄는 고소인이나 피의자가 그 내심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즉 살해하고자 하는 내심, 비방하고자 하는 내심, 제압하고자 하는 내심 등등을 모두 고소인이나 피의자가 입증해야만 살인죄, 명예훼손죄, 폭행죄 등이 성립하는 거죠. 딱히 비동의 간음죄에서 더 입증해야 하는 내심이랄 것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다만 통상 내심이라는 것은 그 사람의 말과 행동에서 나오기 때문에, 범죄자가 좋아하는 사이였다고 말을 해도 주먹을 쥐고 말을 했다면 그걸 좋아하는 사이에서 한 것이다란 주장이 설득력이 없는 것처럼, 비동의라는 것도 통상 말과 행동으로서 입증이 돼야 할 것이고, 상대방이 전혀 말과 행동으로서 저항하지 않았다면 이를 비동의라고 볼 수 없게 될 확률이 높아 결국 폭행이나 협박이 도로 필요해지는 상황이 오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권인숙 의원은 입증의 책임이 검사에게 있지 어떻게 피의자에게 있느냐는 전혀 현실에 바탕을 두지 않은 허무맹랑한 말씀을 하고 계신데, 실제 현장에서 고소인이나 피고소인이 검사를 만날 확률도 재판에 가지 않으면 제로에 가까운 상황이라, 검사가 입증하고 말고 할 것도 없습니다. 특히 성범죄나 마약 범죄의 경우 은밀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은밀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은 100% 고소인이나 피의자에게 있을 수밖에 없는 거죠.
검사가 무슨 신도 아닌데 둘 사이에서 벌어진 일을 진술도 듣지 않고 처벌할 수는 없는 것이고, 결국 진술을 하는 과정에서 누구의 말이 신빙성이 있느냐 하는 입증 책임이 고소인이나 피의자에게 더 과중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문제인 거죠. 검사는 진술의 진위를 판단하는 것으로서 입증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지, 진술 자체를 더 어떻게 밝히고 그러는 이상적인 입증이 불가능합니다. 그 정도로 사건을 파고들지 않습니다, 무슨 진급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면.
보면 국회의원이나 법무부장관이나 너무 특수한 계층으로 살고 계시다 보니까, 현실에서 국민들이 처한 상황을 전혀 인지를 못 하는 것 같습니다. 국민들은 고소하면 스스로 카톡 내용 전체 까고, 통화 녹취 까고, 주변 진술 까고, 이러면서 사생활 다 드러내야 됩니다. 피소돼도 마찬가지고요. 그렇게 해도 고소가 될까, 말까 인데, 뭘 검사가 입증을 하니 마니 그런 뜬구름 잡는 소리들을 하시나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