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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기 말을 계속 녹음해 들으면 이상합니다.

말은 순간적으로 나가니까요, 그게 괴롭게도 하지만요.

by 이이진

주호민 작가 소송이 이슈가 되긴 하는지, 주호민 작가가 부랴부랴 방송을 하니까 결국 상대 교사도 시위도 하고 인터뷰도 하는 바람에 저도 또 관련 글을 씁니다.


선생님도 인간이니까 반복되는 특수 아동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감정적인 반응이 일어날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국 법원이나 이런 기관의 입장은 그렇더라도 아동에게 불필요한 감정적 표현을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이런 입장이라고 보는 게 나을 거 같습니다. 특수 아동 자체가 아닌 아동의 행동이 싫었다고 하더라도 굳이 <싫다, 싫어, 싫어 죽겠어> 이런 표현까지 할 필요가 있겠나, 이런 입장인 겁니다.


물론 그 정도 표현을 죄라고 할 정도까지 되겠냐 하면, 어차피 주호민 씨와 교사가 합의로서 해결하지 못하고 법원에 가져간 이상, 법원은 이게 죄가 되냐 안 되냐만 판단할 수 있을 뿐으로, 죄가 일부 인정된다 이렇게 본 거죠. (선고유예면 사실 무죄에 가깝습니다만) 굳이 여기에서 죄 여부를 따지고 싶지 않다고 하면 법원으로 문제를 가져가면 안 됩니다. 법원은 죄냐 불법이냐 이런 걸 따지는 곳이지, 무슨 시스템을 개선하고 특수 교사의 지위를 인정하고 이런 걸 판단하는 기관은 아니기 때문이죠.


오히려 지금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 교사가 그로 인해 부당한 결정을 받은 것이라면 차라리 법을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제소를 해야 합니다. 또 특수 교사의 특수성이나 지위를 인정받고자 하면 마찬가지로 이에 대해서 따로 재판으로서 결정을 기다려야 합니다. 승패 여부를 떠나, 법의 허점을 파고들어 승부를 거는 것은 변호사의 역량에 따른 것이라고 말씀을 드릴 수 있겠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아동이 반복적으로 잘못을 했다 하더라도 선생님이 불필요하게 감정적으로 행동하면 안 된다는 가치를 확인해 주긴 했지만, 현재 한국의 법원은 부모의 여러 자유(성인의 권리)보다 아동의 양육에 더 가치를 두는 입장이기 때문에 (유책 배우자와 이혼 후 양육비 문제에서 지나치게 유연하기는 하나), 어떤 면에서 법원의 판결은 상당히 기계적인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막상 법원으로 문제를 가져갔다가 낭패감만 느끼는 경우도 상당한 거고, AI 판결 (기계적인 판결)도 여기에서 나오는 거고요.


그리고 불법 녹취에 대해서는, 예를 들어 사이비 종교에 심취한 사람이 종교 집단에 감금당한 채 다른 사람이 사이비 종교에 의해 학대당하는 장면을 봤을 경우, 이를 녹음이나 녹취를 한다면 인정되는 것이 이익인 것과 같이, 일부 특수한 경우에 있어서는 제삼자 간 대화라 하더라도 부득이 인정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아동이 자폐가 있었고 반복되는 행위로 인한 학급 내 불안감이 작용을 한다면 부모 입장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다만 그로 인하여 주호민 씨가 자신의 자녀가 장애가 있더라도 일반 아이들과 자유롭게 어울리기를 바랐는데 오히려 이런 일이 있음으로 인하여 장애 아동과 일반 아동이 어울려서 공부를 하는 문제가 감정적으로 흐르고 괜한 문제가 발생할 우려에 의해 기피하는 현상을 유도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애아가 있을 경우 부모가 수시로 녹음을 하거나 녹취를 한다고 하면 교사 입장에서는 장애 아동을 일반 아동과 같이 훈육하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 생각이 됩니다.


사람이라는 게 말을 많이 하다 보면 쓸데없는 말도 두서없이 나오기 마련인데 그거를 매번 이렇게 몰래 녹음하고 녹취하고 소송 걸고 이렇게 돼버리면 소리 없는 감시 속에 사는 기분이 되는 거니까요. 자기가 하는 말을 하루 종일 녹음해서 들어보면 스스로도 이런 말을 했나, 이런 생각도 들면서 당황도 하는 게 인간입니다. 하루 종일 욕만 하고 사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누구나 욕도 하다가 칭찬도 하다가 짜증도 나고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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