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시간을 돌이킬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
자녀들이 부모와의 관계에서 힘든 부분은 자신이 가장 연약하고 절대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인격형성 시기였을 때 (아동이나 청소년기) 부모로부터 얻은 경험을 성년이 되어 해소하려고 하면, 부모가 이제는 나이가 들어, 자녀가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자녀가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동이 있다고 할 때, 성년이 되어 자신을 버린 부모를 찾아가서, 왜 나를 버렸는가 물어보면, 그 자체로 성년이 된 강자와 늙어버린 부모의 구도가 되면서 부모는 그렇게 다 커서 왜 찾아와 나를 괴롭히냐는 대립구도가 됩니다.
더군다나 부모가 가난하고 늙고 병이라도 들어있으면 자녀가 부모로부터 어떤 고통을 받았든 간에 그 고통을 성년으로서 토로하는 순간, 버릇없어 보이는 인식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심지어 부모에게 버림을 받았더라도 어떻든 성년으로 자란 이상, 부모에게 고통을 토로하는 모습이 비겁해 보이거나 스스로의 열등의식을 극복하지 못한 걸로 보이는 거죠.
방송이나 강연이나 이미 성인이 되어 나름 자신의 자리를 가진 채로 어린 시절의 고통을 토로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미 늙고 병들고 장애까지 있는 부모이다 보니까, 그렇게 토로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굴곡을 힘들게 겪었을까 싶으면서도, 토로한 이후 후련하다거나 제 갈 길 잘 가는 분들보다 계속 그 토로에 집착하며 괴로워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김창옥 씨도 계속 부모와의 관계를 강연에서 토로해 왔으나 털어내기는커녕 어머니에 대한 죄의식이 조기 치매까지도 부른다고 할 정도니까요. 그 정도로 부모관계를 오픈해도 조기 치매가 온다는 것은 그 과정도 별 효과가 없다는 거죠.
이미 늙고 병든 부모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해봐야 그 화살은 고스란히 스스로에게 오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는 것은 저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부모가 애초에 자식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하나, 20년 가까이 자녀를 부양하며 상처를 주지 않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부모는 자녀에게 성장기 동안 상처를 준 것을 일단 인정하고 자녀도 20년을 부양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용서가 안 되는 극한 학대는 제외하겠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