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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건 자의가 아니라도 죽음은 행복할 권리

노인 세대의 모습은 젊은 청년의 미래

by 이이진

https://youtu.be/YwRCW-k8 D7 E? si=aY1B_WLZJHOJsrc0



인간의 삶이 대단히 다이내믹하고 다양한 것 같아도 결국 생로병사 안에 갇혀 있기는 하죠. 늙고 죽는 것을 극복하지 못하는 한에는 모든 인간은 늙음과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주변에 늙고 병들어 힘이 든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 <나 또한 늙어서 저 모습이 될 수 있겠다>는 무언의 압박을 불러오죠.


결혼에 실패해서 일가친척도 별로 없으며 자녀도 없는 독거 노인도 아니고, 자식이 6명, 10명 이렇게 많은데도 혼자 늙어가는 노인들을 보면 <나도 자녀를 가져봐야 늙어서는 결국 혼자가 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왜 굳이 결혼을 해서 자녀까지 낳아야 하지?>, 두려움이 들고, 아마도 그런 무언의 압박이 굳이 결혼이나 어떤 사회 제도에 젊은 세대가 편입하기를 거부하도록 영향을 미치지 않나 싶습니다.


젊어서 국가와 가정을 위해 (그토록) 헌신했지만 급속하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맞서 역할을 갖지 못하는 바람에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고립되는 노인들에서도, 자연스럽게 젊은 세대 또한 세상에서 도태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생길 수 있고 가족을 만들거나 세상에 헌신하기보다 어떻게든 혼자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때문에 영화에서는 고령화를 겪는 노인을 다소 비극적으로 묘사했지만 사실 이를 행하는 젊은 세대가 어떤 면에서는 더 암울해 보이는 거죠. <뭘 위해서 태어나서, 뭘 위해서 희생하고, 뭘 위해서 죽어야 할까? 어떤 사람도 죽을 때는 고독하다>와 같은 근본 문제는 성공과 실패, 좌절을 겪어본 성년들이 많이 하는 경향이 높은 반면 최근 젊은 세대들이 자주 하게 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라고 봅니다. 20대나 30대 사망 원인 중 가장 높은 게 자살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봐야 되고요.


과거에는 60세가 넘으면 동네에서 잔치를 할 정도로 축복받는 일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인간이 오래 사는 것에 대해 열망하고 그리워했겠으나, 지금은 오히려 65세가 넘으면 실질적으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이 마감되고 국가나 자녀가 주는 보조금으로 생활하거나 처우가 좋지 않은 일에 종사해야 하므로 이러한 개념 변화로 인한 갈등과 고통이 다분해진 것 같습니다.


거기다가 가족의 형태나 지역 사회에서의 관계 등이 급속도록 붕괴하면서 이 모든 걸 사회적 비용으로 해결해야 하다 보니 오히려 돈만 필요해지고 있고요. 예전에는 집에 어른이 없으면 동네 사람들이 봐주곤 했지만 지금은 이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이를 양육하다가 잠시 자리를 비워야 하면 바로 누군가를 고용하며 돈을 지불해야 하는 등 모든 게 돈으로 해결을 해야 되게 됐죠. 가족 없이는 살아도 돈 없이는 살 수 없는 사회가 됐다고 봐야죠, 어떤 면에서는. ^^;;;;;;;


덧붙이자면 개인적으로 비영리 활동을 하며 노인 분들을 만나보면 영화 속에서처럼 조용하고 수긍하고 이런 분들도 있지만, 자기 할 말만 하고 고집이 대단히 완고한 분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제가 나이가 들었다고 느끼는 부분이 어떤 결정에 대해서 너무 완고한 경우로 보거든요. 결정을 잘 바꾸지 않고, 행동 양태도 바꾸지 않으며, 습관적으로 행동하지만, 본인은 인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도 합니다. 아마도 노인이 되면서 소통이 줄어들다 보니까 더더욱 소통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기도 한 듯하고요. 소통도 자꾸 해야 늘거든요.


어떻든 노인 세대의 불행은 아직 늙지 않은 세대에게도 닥칠 미래이기 때문에 당장 젊은 세대가 불행하다는 것에만 집착해서 문제를 해결해 봐야 젊은 세대가 딱히 기운 나지는 않아 하는 듯합니다. 영화 속에서 젊은 세대들은 <지금은 내가 자살하겠다는 노인을 상담해주고 있지만 결국 나도 늙으면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과 15분간 통화하는 즐거움 하나만을 가지고 쓸쓸히 죽음을 결정하겠다> 생각하면 아찔하죠.


<태어난 것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지만 (물론 여기에는 나름 다른 이유는 있을 수도 있겠으나) 여하튼 죽음만큼은 외롭지 않고 행복하게 하고 싶다고> 결정할 수 있도록 노인 세대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오히려 젊은 세대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봅니다. 행복하게 죽는 노인들을 보면 늙는 것이 너무 두렵지만은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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