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목적을 가진 자와 목적을 가지지 않은 자

by 이이진


저는 말을 하는 사람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합니다. 목적을 가진 사람과 목적을 가지지 않은 사람. 목적을 가진 사람들은 상대방이 자신이 원하는 말과 행동을 해야 직성이 풀리기 때문에 때로는 이해하기 힘든 말을 하기도 하고 괴상하게 굴기도 하죠. 친밀하게도 굴었다가 차갑게도 굴었다가 다소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게 만들고자 하는 게 목적이면서 그걸 드러내면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보일 것 같고 또 그 목적으로 말을 하면 설득이 안 될 거 같으니까 뜬금없는 소리를 합니다. 역사를 말하고 있는데 갑자기 특정 정당의 상징을 흘려 넣는다거나 하면서 자극을 강화하는 거죠.


이런 대화 법을 잘 모르는 분들은 <역사 얘기를 하는데 왜 갑자기 상대방이 특정 정당을 말하지?> 이러면서 <내가 하려는 말은 그게 아니야> 순간 발끈하여 대꾸를 하게 되는데, 상대방은 여지없이 뜬금없는 소리만 잔뜩 늘어놓죠. 왜냐하면 나는 그냥 대화를 하는 것이고 상대방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대화를 하는 거라서 자기가 듣고자 하는 말과 행동이 나와야 끝이 나거든요. 예를 들어 나는 보험에 관심이 없는데 보험 판매원이 전화를 건 경우를 보면 됩니다. 보험 판매원들은 상냥하지만 대화에는 보험 판매라는 명확한 목적이 있기 때문에, 내가 <바쁘다, 돈 없다, 관심 없다>, 심지어 짜증을 내도 보험 가입 전까지는 전화를 끊지 않죠. ^^


이런 분들은 본인이 목적을 가지고 말을 한다는 것을 자각하거나 때로 자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화법으로 상대방을 통제한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왜냐하면 정면적으로 목적을 드러낸 게 아니고 그냥 이런저런 대화를 했을 뿐이기 때문이라는 입장이거든요.


따라서 내가 어떤 말을 했는데 상대방이 뜬금없는 소리를 자주 반복하고 대화가 삼천포로 자주 흘러가며 뭔가 본질적인 얘기를 한 것도 아닌 거 같은데, 그럼에도 대화가 종결된 후 뭔가 찝찝하고 그런 기분이 든다면, 그건 상대방이 목적을 숨기고 대화를 하는 경우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자칫 상대방에 짜증을 낼 수가 있는데, 그렇게 되기 전에 차단하는 게 정신건강에 유리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한국의 자아비판과 자의식 과잉의 반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