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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진 Mar 25. 2024

썩지 않는 옷인데도 판매가 쉽지 않아요

옷매장은 허수 손님이 많습니다. 

https://youtube.com/shorts/9NG-Uc4dejw?si=MfnEyRijm7mgGuCQ


옷 장사를 했었는데 3배 마진 어쩌고 해도, 옷은 심지어 음식처럼 썩지도 않는데, 마진은커녕 월세도 못 냅니다. 100만 원이라도 팔리면 뭔가 매장이 휑해지고 기존에 팔린 옷들에다가 사이즈 별로 신상까지 구비해둬야 해서 300만 원 다시 물건 채워 놓고요, 300만 원 팔려도 그만큼 다시 물건 구비해 놓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이익이 발생하는 지점은 아주 아주 많이 팔렸을 때입니다만, 개인 매장에서 그게 굉장히 힘들죠.


특히 옷 가게는 들어갔다가 구매 안 하면 불편하니까 (음식점은 완전 진상이나 알레르기가 아니고서야 일단 들어오면 반드시 음식을 먹으니까 허수 손님이 없지만)  아예 들어오지를 않으려고 하고, 그렇게 들어와서 구매 비율이 10~20% 인데, 하루 종일 누구라도 들어와라, 목이 빠져라, 손님 오는 거 기다리면서 넋 나간 채 있습니다. 브랜드들도 오고 가는 사람 중에 막상 계산대에 얼마나 있나 보면 무슨 말인지 이해할 겁니다. 그나마 브랜드는 인지도도 있고 세일도 그렇고. 


혼자 조용히 매장 지키고 있다 보니 누가 문득 들어오면 갑자기 어색해서 말도 못 붙일 때도 있고요, 나름 친근하게 설명한 거 같은데 입어보고 그냥 나가면 섭섭해도 부담을 줄 수가 없다 보니까 휑한 가슴 안고 지냅니다. 다른 자영업과 달리 옷은 허수 손님이 굉장히 많아서 그때마다 섭섭함을 억눌러야 스트레스가 적습니다. 들어와서 안 사는 사람 중에 민망하거나 왠지 미안하니까 이런저런 핑계나 설명을 하는데 결국 구매를 안 하는 것이니 듣기 좋은 소리는 별로 없죠. 


10년 된 얘기지만 그래도 그때는 지금보다 옷 가게가 초토화는 안 됐었는데 지금은 옷 가게 자체가 초토화돼서 아마도 더 힘들어지지 않았나 추정합니다. 요즘에는 인터넷으로 옷을 쉽게 구매하니까 매장 와서 입어보고 인터넷으로 구매들도 하고 그러니까 더 힘들 거 같고요. 옷이 마진이 높다 어쩌다 하니까 이렇게 하고 미안해하지도 않는다더군요. 바가지 씌운 거니까 당해봐라, 이런 식. 옷 생산 구조도 모르고 말이죠. ^^ 물론 크게 보면 선택과 비교는 소비자의 권리니까 뭐라 하기는 그렇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주 못되고 희한한 진상도 있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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