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을 강화하면 범죄가 없어질까요?
처벌을 강화하면 범죄의 기준이 낮아져 오히려 범죄자가 양산됩니다.
요즘 워낙에 이상한 사건 사고가 많다 보니까 판결이 가볍다고 분노하는 분들을 보게 됩니다. 판결을 세게 하려면 결국 법률로써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하는데, 법률로써 처벌을 강화하면 그만큼 부작용도 발생합니다. 대표적으로 민식이 법이라고 불리는 어린이 보호 구역 차사고 처벌인데, 아이들이 막무가내로 뛰어드는 등 운전자가 억울한 경우에도 이 법으로 인한 강한 처벌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거죠. 어린이를 보호하자는 좋은 취지라도, 억울한 사법 처리도 유발하는 겁니다. 따라서 일단 법으로 무조건 처벌만을 강화하자고 해봐야 그로 인한 부담만 급증합니다.
보면 사람들은 억울한 사건 앞에서 일단 법부터 강화해서 처벌부터 하자고 난리를 치면서도 막상 법이 강화되면 또 강화됐다고 난리를 칩니다. 법이 강화되면 당연히 기존에는 범죄가 아닌 행위도 범죄가 되기 때문에, 억울한 사람도 발생할 수가 있는데 이거를 또 받아들이지를 않아요. 법이 강화된다는 건 범죄자가 될 가능성을 높이는 겁니다. 즉 예전에는 50km로 다녀도 죄가 아니지만 법이 강화되면 30km도 범죄가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당연히 억울한 사람이 생기죠.
사실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 벌어진 당시의 법률로 처벌을 받기 때문에 이후에 법률을 개정해 봐야 해당 사건 당사자가 강하게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만, 어떻든 법률을 개정하자고 하는데, 그러고 나니까 이제는 기존에 범죄가 아닌 것들이 다 범죄가 되는 난리가 생깁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법률을 강화하는 건 기존에 범죄가 아닌 것들이 범죄가 되는 겁니다.
다시 민식이 법으로 와서, 아이들이 학교 주변이나 어린이 보호 구역에서 만큼은 차 사고 걱정 없이 돌아다녀야 한다는 큰 원칙은 반드시 필요한 거기 때문에 (이 원칙에 합의 안 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죠), 아이들이 막무가내로 뛰어들어도 다치지 않는 환경 조성이 우선한 것이고, 따라서 이 법을 시행하면서 운전자만 처벌할 게 아니라 어린이 보호 구역 내 도로 시설을 같이 정비를 했어야 하는 거죠.
즉 가능하면 어린이 보호 구역까지 차를 끌고 들어가지 않도록, 애초에 가속이 안 되도록, 도로 정비가 동반돼야 하는 겁니다. 보니까 터무니없이 대로변에 학교를 만들어서 운전자가 속도도 그렇고 어떻게 하질 못하고 운전대를 잡아야 되는 상황이 있는 거 같은데, 이런 제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운전자만 처벌을 강화하니 문제가 여기저기서 터지고, 결국 운전자와 어린이가 서로 적이 되는 오류가 생깁니다. 법이 강화되면서 약자가 이해받고 보호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경우는 왕왕 있습니다. 장애인 보호, 여성 보호, 노인 보호, 임산부 보호, 모두 법률이나 제도로서 보호를 하자마자 혐오의 대상이 또 되곤 하죠.
물론 어린이 보호 구역을 멀리서부터 노랗게 표시를 하고 디자인적으로 접근한 적이 없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도로 자체가 운전자 중심으로 된 상황에서 느닷없이 어린이 보호 구역에 색칠을 한다고 달라지긴 어렵겠죠. 오래전에 지어진 학교라면 주변 도로를 정비하긴 어렵겠으나 2000년대부터는(으로 알고 있는데) 학교를 지을 때 주변 환경을 평가하도록 돼있었고, 제가 예전에 포스팅으로 자녀를 가진 분들은 자신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의 환경 평가를 받아보라고 한 적도 있는데, 과연 부모들 중에서 자녀가 다니는 학교의 환경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 싶습니다. 환경을 알아보니, 혹은 자신도 학교 주변을 운전해 보니 이런 점이 위험하다, 보고도 하고 그렇게 제도적으로 개선을 서로 해나가는 건데 말이죠. 무조건 운전자를 처벌하는 방향으로 법이 제정되니까.
여하튼 아이들 있으신 분들은 학교 환경 평가도 알아보시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학교 주변에서라도 마음껏 다니고, 운전자는 가능한 학교 주변이나 어린이 보호 구역을 차를 끌고 가지 않도록, 고민해야 된다고 봅니다. 사람들이 앞다퉈서 법률로써 처벌을 강화하자 할 때마다, 결국 자신들을 옭아매는 게 강화 법률인데, 그 방향이 옳을까 고민이 됩니다. 처벌이 강화되려면 제반 여건도 같이 조사가 돼야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