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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진 Mar 25. 2024

사람이 상품인 경우 극으로 밀어붙이는 고용주들

오메가 엑스 사건에 관한 개인 경험 소회

https://youtu.be/V8 G0 PAY1860? si=pIyBMQajUPSnJMjy


제가 패션을 그만두게 된 가장 큰 계기가, 패션도 보기 보다 사람한테 입혀서 일을 하는 분야라, 아마도 저한테 다소 어리고 미흡한 모습이 있기도 해서 가르치고 싶었을 수도 있겠으나, 정당한 비판이 아닌 인신공격에 가까운 비난을 듣는 일이 빈번해지고, 저 역시 그런 일들에 아무렇지 않아 지는 걸 느끼면서였습니다. 


디자이너는 옷을 입어줄 모델이 반드시 필요한데, 모델들이 무대에 섰을 때 여기 쓰기도 민망한 비하적 표현들이 난무했고 (잘 못 걸으면 무슨 다리병신이다, 살찌면 미쳤냐? 돼지냐? 제정신이냐? 막 이런 식으로 사람들 앞에서 개망신 주는 방식) 저 또한 그런 표현들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압박을 느끼면서, 저는 이거 못 하겠다 싶더군요. 저도 어린 시절엔 한 싸가지 했으나 (지금도 약간 싸가지긴 하나), 그런 공개 비하와 자아비판까지는 별로라 하는 타입이라. 


물론 그렇게 표현하지 않고 점잖게 뭐라 하는 분들도 있긴 했는데, 그런 분들은 성 관념이 특이한 분들이 다소 있었죠.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듯한 젊은 모델들과 염문을 뿌리는 분들. 잘 나가는 디자이너이다 보니 구설은 필연적으로 따르는데, 그런 구설들이 끊임없이 생기더라고요. 듣고 싶지 않아도 다들 말하고 다니니까, 모를 수가 없는 상태. 이렇게 사람이 일하는 업계는 들어가 보면 구설 투성입니다. ^^ 차마 믿을 수조차 없는 해괴한 구설들 천지예요. 미친 거 아닌가? 싶을 정도. (뭐 다른 분야들도 나와 보니 그렇긴 하더라만) 


저도 예전에 모델과 작업하면서 그 모델에게서 어떤 모습을 끌어내고자 (모델 스스로는 인지하지 못하고 제삼자가 봤을 때 아름다운 모습) 계속 지시를 내리고 움직임을 통제해 본 경험이 있다 보니까, 모델이 디자이너나 제작자, 감독 등의 강압적인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는 상태를 알고는 있기에, 제작자가 왜 저렇게 아티스트에게 강압적으로 행동했는지 다소 이해는 가나, 그게 모델이나 아티스트가 인신적으로 괴로울 정도면 안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보면, 모델이나 예술가나 다들 나름 특이하고 개성이 강하고 그렇다 보니까, 그 사람에게서 어떤 모습을 끌어내고자 할 때 혹은 그 사람을 강제로 지배하고자 할 때 (사람을 마음으로 움직여야 하니까 마음을 지배하려고 함)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계속 밀어붙여서 극으로 사람을 치닫게 하는 방식인데, 결국 어떤 예술가는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잃어버리거나 반대로 만들어진 이미지에 갇혀버리는 일이 발생하면서, 극한 우울감이 오기도 하는 것 같더라고요. 원래는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인데 제삼자가 봤을 때 야한 이미지가 멋있다고 계속 벗게 한다거나 이런 식으로 했을 경우.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어쩔 수 없이 자기 자신이 상품이고 (상품 맞습니다 허허) 또 대상이며 실현해야 할 목표 자체이기 때문에, 해당 연예인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일어나는 경향이 강하고 (연예인 한 명이 백 명 가까운 회사를 다 살리고 하니까) 애초에 안 될 놈이거나 믿을 수 없는 놈인지를 보려는 경향 또한 강하다 보니, 이런 압박적이고 비이성적인 상황이 발생한다는 생각입니다. 


저렇게 악다구니를 하는 사람은 자기가 이 연예인을 인간 만든다, 사람 만든다,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뭐가 잘못인지 잘 모를 수 있습니다.


좀 지난 얘 긴 듯한데, 최근 다시 검색이 되면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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